[독자편지] 손의종 시인

'물폭탄'이 쏟아진 7월 16일 청주시내 곳곳의 도로가 침수된 가운데 서원구 사직동 삼원맨션 앞 사거리가 침수돼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 김용수

우리집은 청주시 사직동 한벌초 높은 축대 밑에 있어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살았다. 그런데 지난 7월초 청주물난리로 1층 방전체가 토사가 밀려들어와 가구를 모두 폐기했다. 처음엔 집이 흔들려 지진이 일어났는지 알고 집밖으로 뛰쳐나와 보니 갑자기 물이 파도처럼 방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지독한 가스냄새 때문에 119에 신고하자 1시간 후 청원소방서에서 직원이 달려왔으나 흙속에 묻힌 가스통은 수습도 못하고 힘들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너무 막막해 눈물만 흘렸는데, 이웃주민들이 동사무실에 수해현장을 신고해 작업복차림의 사직동사무소 직원들이 수해현장을 수습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다음날도 동사무소와 한벌초 직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토사를 치우려고 노력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흙에 묻힌 집을 바라보면 숨통이 막히고 어쩔 줄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수해현장에 뛰어들어 장대비속에 집안의 물길을 돌리려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소용이 없었다.

그날 오후 우리집이 사직동에서 가장 큰 수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도의원, 도청. 시청. 교육청. 보험회사 등,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사고 1주일이 지난 후에도 수해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어 다시 동사무실을 찾아 지원요청을 했다. 사고가터진지 7일째 되던 날 겨우 공군부대의 지원을 받아 방에 쌓인 토사를 치웠다. 그날 군인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며 점심이라도 대접하려 했지만 군인들은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다.

손의종 시인

다행히 한벌초에서 수해보험을 들었다고 해서 안심하고 사고 날부터 가족은 아파트로 거주를 옳기고 2주일 후에 집수리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비만 4천만원이 든다고 했다. 우선 2천만원을 대출받아 건축업자에게 수리를 맡긴지 2개월이 지나 거의 마무리 되었지만 추가로 2천만을 더 줘야해 잠이 오지 않는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도교육청을 찾아 민원을 제기해 보았지만 보험은 아직도 안나왔다. 청주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지금껏 받은 보상은 도에서 100만원. 시청 15만원, 동사무소 라면. 쌀. 커피포트. 이불이 전부다. 빨리 집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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