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충제 계란 사태에 분노한 학무모 단체와 소비자 단체가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식품부가 총제적 부실 관리와 직무유기로 인해 초래된 살충제 계란 사태의 책임을 지고 땜질식 처리가 아닌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17.08.24. / 뉴시스

마트에 갈 때마다 늘 계란을 장바구니에 담았던 주부들은 요즘 '살충제 계란' 때문에 망서리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에그포비아(계란공포증)'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갤럽이 조사한 여론조사는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담겨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계란 먹기가 꺼려 진다'는 응답이 전체의 54%로 절반을 넘었다. 산지계란 값이 25%가 폭락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계란, 닭과 간염바이러스 소시지등 먹거리뿐만 아니다. 생리대와 치약, 휴대전화 케이스등 우리생활과 직결된 생활용품도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도대체 뭘 먹고 뭘 써야 할지 두려운 세상이 됐다. 무엇보다 국민 불안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평소엔 전혀 의심을 품지 않았던 먹거리와 생필품들이 줄줄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를 뜻하는 '케미포비아'가 증폭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과민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저귀와 생리대, 물티슈등 여성·아기용품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올 초 유한킴벌리의 하기스·그린핑거 물티슈 10종에서 메탄올이 허용치 이상 검출됐다. 여성의 민감한 부위에 직접 닿고 꾸준히 사용하는 생리대 역시 부작용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은 사용 후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생리불순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자 전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환불 조치에 들어갔다. 또 시중에 유통 중인 일부 중국산 휴대전화 케이스에서는 카드뮴과 납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발암등급 1군 물질인 카드뮴이 기준치의 최대 9천배 이상 나온 제품도 있었다. 유럽에서는 '감염 소시지' 파문이 발생했다. 식약처는 최근 유럽에서 햄과 소시지로 인해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정보에 따라 수입·유통 중인 유럽산 비가열 햄·소시지의 유통과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 이런 뉴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먹거리를 챙기고 기저귀와 생리대를 써야하는 여성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영유아, 아동, 임산부, 노인등이 사망해 우리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유해물질이 함유된 생필품을 그냥 단순히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인명피해를 입혔다. 물론 우리나라는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기준이 외국보다 엄격한 편이다. 하지만 믿을만한 먹거리의 상징인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증을 받은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고 글로벌기업의 가습기 살균제도 엄청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일차적으로 소비자들이 성분을 세세하게 확인해보고 구매해야겠지만 소비자들이 전문가가 아닌 이상 검증하고 구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가 나서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먹거리와 생필품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더욱 팽배해질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