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23일 깁학철 도의원이 귀국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 중부매일 DB

충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청주와 괴산등 사상 최악의 수해 기간에 유럽연수에 나섰다 여론의 혹독한 질타를 받은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이 도의회 임시회 윤리특위에 회부됐기 때문이다. 윤리특위는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준을 결정해 다음 달 4일 열리는 2차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도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이번에 이들 4명의 의원을 징계하지 않는다면 윤리특위는 있으나마나한 것이 된다. 특히 '레밍발언'등 수차례 설화(舌禍)로 전국적인 물의를 일으킨 김학철 의원(충주 1)에 대해 중징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도의회는 '초록은 동색'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김학철 의원의 제명과 나머지 의원들의 징계수위는 도의회 쇄신의지를 판가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도의원들이 물난리 기간에 외유성 유럽연수에 나서고 이 와중에 국민을 레밍이라고 거칠게 폄하한 발언이 등장한 것은 도의회 윤리특위가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국적인 지탄을 받은 김학철 의원은 지난 2월 탄핵 무효 충북 태극기집회 찬조연설에서 "우리나라에 광우병보다 더한 광견병이 떠돌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와 언론, 법조계에 미친 광견병들이 떠돌고 있다. 사람에 위해를 가하는 미친개들은 사살해야한다"고 주장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또 역시 유럽연수 4인방중 한명인 박한범의원(옥천 1)은 2년 전 옥천군청 공무원과 술자리에서 언쟁을 벌이다가 맥주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는 등 음주추태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징계 받지 않았다. 박종규 윤리특위 위원장은 당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발방지 약속과 유감을 표명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방의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하는 막말과 폭언, 추태로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지만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며 어물쩡 넘어가면서 이후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의회에 자정(自淨)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스템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해버리면서 도의원들의 윤리의식은 추락했다. 바로 이런점 때문에 도민들이 도의회를 폄하하거나 불신이 팽배해지는 것이다.

도의회는 이번 기회에 외유의원 징계를 통해 과거와 단절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한국당은 이번 특위가 당 쇄신의 호기(好機)가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징계대상 의원도 3명이나 되고 특위 위원도 7명이나 돼 징계의 칼자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징계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는 물 건너간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70%대의 높은 지지율로 강력한 국정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이 와중에 충북도의회 다수당인 한국당이 내식구 감싸기 식의 온정주의로 징계를 하지 않거나 솜방망이 징계로 대충 마무리 한다면 도민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충북도의회는 특히 김학철 의원의 중징계를 통해 바닥에 떨어진 도의회 명예를 회복하고 도민들에게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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