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충주대림초 수석교사 이순우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무덥던 여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고 개학을 맞은 교정은 새 학기 준비에 다시 활기차다.

개학날은 친구들과 방학 생활 이야기도 서로 나누며 화기애애한 즐거운 시간을 엮어간다.

"할머니댁에 다녀 왔어. 수영장과 계곡에서 물놀이를 했어, 친척들을 만나 놀고 가까운 곳도 여행했어" 등등 저마다 신나게 자랑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방학은 개인과 가족이 특별히 공감하고 체험할 수 있는 축복의 값진 시간이자 소중한 경험을 공유 할 수 있는 묘미란 걸 아이들은 이미 안 것일까?

혹시 형편상 나들이를 못한 친구들도 있을 수 있기에 방학 때 꼭 어디를 가는 것 외에도 의미 있는 일은 많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방학이라는 자유로운 시간에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운동도 실컷 할 수 있는, 오롯이 그런 시간을 갖은 친구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챙기느라 교사들은 첫 날부터 녹초가 되어 버린다.

유난히 표정이 어둡고 예민해져 친구들에게 딴지까지 걸며 수업을 방해하는 철우가 눈에 띄었다.

방학 동안의 자유롭고 느슨해진 나쁜 습관은 다 날려버리고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2학기의 첫날이라고 강조해도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다.

첫 날 시작부터 저러니 내 마음까지도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쉬는 시간에 둘만 있는 작은 공간에서 따뜻하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모님께 수영장도 가고 싶고 나들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도 귀찮다고 짜증만 내셨다고 한다. 그 말을 할 때는 쌓인 게 많아서인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있을 줄이야,

법륜스님은 세 살까진 텐트에서 지내도 아이 옆에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방학, 그 때 만큼은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평소에 함께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집밖 구경을 할 수 있는 작은 시간을 마련해서 적어도 아이가 이렇게 아파하지 않게 하는 게 초등생을 둔 부모의 기본 역할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책도 읽고 좋아 하는 운동도 친구들과 많이 하며 직장일로 힘든 부모님을 더 이해 해 드리자' 라며 위로와 함께 다음을 약속했다. 집에 가서 부모님과도 새끼손가락을 걸으라고 약속을 받았다. 시린 아이의 가슴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낮은 수준이라고 흔히들 이야기 하지만 어른들에게서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힘겨운 현실은 속을 들여다 볼 수록 만만치 않다. 낮 동안 모여 있는 학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너무 자주 들려 온다.

그 소리는 이렇게 반갑고 설레는 개학날까지 침범을 하게 될 줄이야,

'어떤 상황에서든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그때가 바로 봄이다'

시인 이해인님의 글귀처럼 나름 동분서주한 개학날의 풍경은 내게도 아이들을 통해 사랑하는 법을 더 배우고 확인시켜 준 귀한 시간이 되었다.

아이도 부모도 지켜보는 교사도 행복을 위한 고달픈 노력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 개학날의 풍경, 두고두고 내 곁에서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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