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당정청이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지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들이 청사 방호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열린 고위당정청협의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등 현 17부 5처 16청의 정부조직을 18부 5처 17청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2017.06.05. / 뉴시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 4세'를 꼬집고자 그의 희곡에서 한 말이다. 왕관을 쓴 자는 명예와 권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의미이다. 이 대사를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에게 덕담으로 건네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관심은 우리 경제구조와 중소기업의 현실에 대한 명확한 현실인식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과 불공정한 시장 구조로 인해, 우리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은 위기에 봉착하였고 경제의 활력도 너무 떨어져 버렸다. 중소기업의 수출액과 수출비중이 감소하고 있고, 제조업 가동률도 악화되고 있다.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 미만이고, 정상 가동업체도 44% 미만으로 심각하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새 정부에서는 우리 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대기업 위주 성장전략 폐기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정책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국정목표를 새 정부에서는 매우 진지하고 꾸준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고 일부 과제는 실패할 수도 있으며, 5년간 추진하기에는 다소 많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시장구조도 보다 균형 잡혀갈 것이고, 우리 중소기업인들은 성공에 대한 확신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핵심적 중추에 걸맞는 모습을 찾아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중요성 인식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외청이었던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을 독임부처 위상인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 승격·독립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처로 승격된 중기부에게 영광의 길만 열리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위상에 합당한 역할이 요구될 것이고 자기 살의 찢는 변화도 강제 받을 것이다. 이전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나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중기청은 정책기관이 아니라 집행기관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정해진 룰에 따라 충실하게 주어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집행기관의 역할이고, 그간 중기청은 그 역할을 대체적으로 잘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롭게 출범한 중기부는 이러한 역할에서 보다 확대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부처의 수장인 초대 장관의 인선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로운 역할에 대한 부처 전체의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수장 임명과정이 마무리되어 새로운 역할을 구성원 전체가 찾아가고 합의점을 만들게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역할을 핵심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집행기관의 속성을 빨리 탈피하여 정책기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변화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경영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고 사업을 기획하고 법률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정책부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조직과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 체질이 완전히 다른 내가 되는 과정이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전의 체질을 가지고 새로운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정책부처의 핵심 역량은 정책 기획력, 이해관계자간 협상과 조정 능력, 제도의 효과 등에 대한 예측능력 등이다. 이는 집행기관의 성실성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역량이다. 이에 맞춰서 조직 구성원도 재배치, 재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단지 중기부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제 중기부는 대외적으로 타 부처와 정책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와도 환경부와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들 부처와의 대등한 협상과 조정, 그리고 적절한 줄다리기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의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기부의 노력이 중소기업 이기주의로 비춰지지 않도록, 그리고 단순한 몽니가 아닌, 중소기업의 이익을 지켜내고 우리 경제의 건실성을 지켜내기 위한 '정책 주도권' 경쟁이 되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제 자신의 몸집과 힘을 키워, 부처 승격이라는 새롭게 씌워진 왕관을 견뎌내고 우리 중소기업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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