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비추어 책을 읽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함

映 月 讀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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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비추어 책을 읽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함



며칠 전. 친한 친구 동생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연구실로 들어왔다. 한동안 못 본 동생인지라 반가웠다.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생이 "형님! 어떡하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요?"라고 물어왔다. 갑작스런 질문에 별로 해줄 말이 없었다. "글세! 나도 잘 모르겠는데!" 동생이 다시 "형님! 형님은 그래도 대학교수인데 공부하는 법을 몰라서야 어떻게 대학생들을 가르쳐요?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비결을!" 나는 웃음으로 피하면서 "정말이야! 비법이 어디 있어? 내게도 좀 알려줘!"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동생이 돌아간 뒤, 변변한 조언 한 마디 못해준 내가 조금은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가만히 생각해봤다.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하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교수가 되었는가를 생각해봤다. 그저 대학원 마치고 유학 다녀오고, 정신없이 논문 쓰고, 책 쓰고. 아무리 생각해도 별반 비결이라 게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江泌(강필)의 고사가 떠올랐다.

南北朝時代(남북조시대), 南齊(남제)에 공부에만 專念(전념)하던 소년 江泌은 집안이 가난하여 공부하는데 필요한 돈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집안의 생활까지 책임져야 했기에 낮에 나무를 다듬어주는 일을 하여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였다. 저녁에 일에 지친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서도 공부하려고 하였으나 등을 밝힐 기름을 살 돈조차 없자 하늘에서 비추는 달빛을 조명삼아 독서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긴긴 시간을 열심히 공부하여 그의 학문이 크게 발전하였고, 나중에 齊國(제국)의 國子助敎(국자조교)가 되었다. 江泌이 공부했던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이 성어 "映月讀書"를 만들었다.

功夫(공부)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시간이라는 뜻이고, 하나는 기교라는 뜻이다. 흔히 중국무술을 功夫라고 하는데, 무술을 익히려면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들기에 이러한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나는 江泌의 고사를 읽으면서 결국 功夫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긴 안목으로 목적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단기간의 암기력에 의존하는 학습과 장기적 안목으로 꾸준히 학습하는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하나는 그저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고, 하나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는 공부다. 아마도 내가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길게 보고, 멀리 보고, 더딘 牛步(우보: 소의 걸음)로 뚜벅뚜벅 꾸준히 걸어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다! 가을은 정말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라 하지 않는가? 달빛에 의존해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지금.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책 한 권 골라 읽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이 아닐까? 오늘은 어떤 책을 골라 볼까?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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