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속리산면 '40년 사경작가' 송전 정기옥 화가
서예·한국화 넘나들며 불교정신 전파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영예도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보은 속리산면에 터를 잡고 우직하게 한 길을 걷고 있는 송전(松田) 정기옥(73) 작가는 불교 경전을 섬세하면서도 깊이있게 전하고 있는 사경 작가다. 사경은 불교 경전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을 말한다. 정 작가는 전통의 맥을 이으면서도 편안하고 큰 마음의 울림을 주는 사경작품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예를 만난 이후 한번도 붓을 놓지 않고 늘 함께 해온 서예에 애정과 열정, 그리고 학구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남편과 함께 속리산에서 의상실을 경영하던 정 작가는 1980년대 후반 보은에 문을 연 서예학원 김시운 원장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서예공부를 시작했고, 그 세월이 어느덧 40여년에 이른다.

1995년 청주상당여류서예전 입상을 시작으로 전국을 누비며 그동안 받은 상만도 500여개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제20회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에서는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입문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특히 정 작가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등 서예 서체뿐 아니라 한글, 한문, 수묵화와 수채화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내 삶에 서예가 없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싶죠. 어려서부터 그저 글씨 쓰는 것이 좋았구요, 사경을 접하면서 부처님 말씀을 알아가는 만큼 더 넓은 세계가 보이니까 열심을 내게 되었죠. 긴 세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만나는 분들도 그렇게 부처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더 선하게 살기를 늘 기도합니다."

# 남편 헌신적인 외조로 작가 반열에

동아국제미술대전 대상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전국단재서예대전 초대작가, 충북서예대전 초대작가, 충청서도대전 초대작가 및 이사, 전북세계비엔날레 초청작가, 국제유교문화예술대전 초대작가, 제주특별자치도전 심사위원, 국내외 단체전 참가 300여회.

이러한 정 작가의 화려한 경력 뒤에는 천생배필이자 외조의 왕인 남편 김열철(73)씨의 공이 크다. 1968년 대전에서 보은으로 이사온 후 13년동안 속리산에서 의상실을 운영한 이들 부부는 당시 속리산카지노의 성업으로 딜러들과 직원들의 사계절 유니폼을 제작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동반호황을 누렸다. 1995년 속리산카지노가 문을 닫으면서 이들 부부는 현재 국립공원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뒷편에 자리잡은 도깨비 연구가 조자용 박사가 살던 집을 인수해 정 작가의 호를 딴 '송전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남편 김씨는 아내가 각종 대회 참가비를 아까워 하는 것을 알고 "공돈이 생겼다"는 선한 거짓말로, 맛집과 여행지 탐방으로 사경에 몰입할 수 있는 심신회복을 도와왔다. 또 시간이 날때마다 수시로 인사동 전시 나들이를 떠나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한 최고의 조력자다. 특히 의상실 경영의 재단 솜씨를 발휘해 다양한 서체와 변상도가 들어가는 사경 작품의 기획과 설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

# 전국에서 팬들 찾아오는 유명인사

한 글자도 틀리지않게 꼼꼼하게 써내려가야 하는 사경작품은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다. 정 작가는 반야심경, 금강경, 천부경, 부모은중경, 묘법연화경, 화엄경 약찬계, 의상조사 법성계 등의 경전과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작은 액자에서부터 10~14폭 병풍 대작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어 보는 이들의 감탄과 찬사를 이끌어 낸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경작품에 대한 정 작가의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자동차 주유도 보은지역에서만 할 정도로 보은에 대한 애정이 깊은 정 작가 부부는 이왕이면 보은을 더 홍보하고 싶은 마음에 2012년부터는 보은대추축제 기간에 맞춰 매년 사경전시를 열고 있다. 올해도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송전 정기옥 사경전'을 보은문화원 지하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반야심경, 금강경, 의상조사법성계, 화엄경, 묘법연화경 등 60여점의 사경작품과 '대추골먹그림' 회원 28명의 작품이 함께 선을 보이며, 바자회 작품 수익금은 보은군 장학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송전 정기옥 화가

"지금 내 나이가 50, 60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는 정 작가는 보은과 옥천 복지관 등에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가르치며 재능을 나누는 한편 "올 겨울에는 7만자 법화경에 도전하고 싶다"는 아름다운 열정의 길을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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