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스페이스몸미술관 제2, 3전시장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스페이스몸미술관의 연중 기획전인 '사물사고事物思考'는 네 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5월부터 시작된 이종목이 만난 해주展, 김을의 나쁜 그림展 그리고 9월 8일에 시작된 정정엽의 49개의 거울展으로 이어져 박계훈의 이미 죽은, 혹은 죽어가는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나무 조각들展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현대 첨단 기술의 관심사인 사물인터넷(IoT)은 인간이 조작하지 않고 스스로 감지하고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유령처럼 물질 없는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에 스페이스몸미술관은 묵직하고 두툼한, 또는 시간의 닳음을 지닌 사물에 대해 사유(思惟)하고자 한다. 각각의 예술가는 의미와 쓰임이 다른 사물에 개입해 전시로 선보인다. 지난 8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스페이스몸미술관 2, 3전시장에서는 세 번째 작가인 정정엽이 만난 거울을 확인할 수 있다.

정정엽은 달을 연상케 하는 작가다. 초승달처럼 작고 은은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묵묵히 차오르면 그 안에 가득한 생명을 토해내듯 우리들에게 작가가 품은 생명을 선보인다. 이제까지 여성의 삶, 자연, 그리고 그 속에 꿈틀거리는 생명을 화폭에 담아 온 정정엽은 이번 전시에서 거울을 통해 생명을 비춘다. 정정엽이 보여주는 거울은 세대를 초월한 여자이며 삶이며 작가 자신이다.

정정엽은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는 기능적 역할에 충실한 현대적 거울에 진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현대적 의미의 주술적 메시지를 담았다. 남성에 비해 거울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온 여성들이 지닌 지난했던 역경과 고독의 세월, 그 안에 담긴 깊은 한숨과 때때로 한줄기 빛 같았던 웃음을 정정엽은 거울이라는 매체로 이끌어낸다.

49개의 거울을 스쳐간 수많은 사연들. 그 안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안방 한 가운데 놓여 져 고운 여인의 자태를 담아냈을 것 같은 화장대의 거울, 현관 앞에 놓여 외출하기 직전 서둘러 신발을 신고 마지막으로 옷매무새와 화장을 점검했을 것 같은 거울, 누군가의 개업식을 위한 선물로 사업의 번창을 기원하며 기념 문구를 새겨 넣은 거울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며 억만 겹의 흔적을 남기고 갔을 거울에 정정엽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느낀 생생한 언어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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