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톤 '수기'로 관리…300톤 보관실태 점검에 10분 걸려
3일 만에 창고 105개소 점검하기도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 뉴시스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정부가 보관하는 양곡 재고량이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5월 경북 예천에서 정부양곡 횡령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관리 감독 주체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농식품부는 200만톤에 달하는 정부비축미를 수기로 관리하는 사실도 밝혀져 향후 파장도 적잖아 보인다.

지자체 공무원이 적발해낸 이번 사건에 대해 농식품부는 26억원에 달하는 1천814톤의 정부양곡이 언제부터 어떻게 사라졌는지 파악 조차 못했던 것으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이 확인했다.

정부양곡은 양곡 부족으로 인한 수급불안과 천재지변 등의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비축하는 양곡으로, 약 200만 톤의 정부양곡이 약 4천500개에 달하는 전국 창고에 보관되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입·출고, 판매, 운송, 재고 파악 등 모든 관리를 '수기'로 처리,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상태다.

농식품부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75만 톤이었던 정부양곡 재고량은 약 3배 증가해 올해 3월 기준 209만 톤에 이르렀다.

재고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양곡을 보관하는 창고도 2013년 3천883개에서 올해 3월 기준 4천486개로 늘었다. 2016년에는 무려 1천2억원의 예산이 창고 보관료로 지출됐다.

정부양곡은 국가와 지자체가 관리하지만 보관은 지자체가 민간 창고업자와 계약을 체결해 운영되고 있다.

계약이 체결되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재고량뿐만 아니라 쥐?병해충 등의 피해, 쌀 품질 손상 등을 점검하기 위해 매월 최소 1회 창고점검을 실시하는 등 지적사항이 발견되면 담당 공무원은 시정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시정조치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2013년에 291건이었던 것이 2014년 418건, 2015년 438건에 이어 지난해 513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적사항의 유형분류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농식품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고점검 결과도 수기로 관리되고 지자체가 농식품부에 보고해야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재고에 대한 수기 관리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자체별 창고 점검 방식도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전남지역 A군(기초단체)은 지자체 공무원 2명, 농산물품질관리원 공무원 2명, 총 4명이 출동해 5일 만에 128개의 창고를 점검한다. 하루 평균 26개 창고를 점검하는 등 창고 1개소를 점검하는 데는 10분 내외가 소요된 셈이다.

A군의 전체 재고량이 약 3만 7천 톤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295톤을 보관한 창고를 10분 만에 검사하는 꼴이다. 전남의 B시의 경우 재고량이 A군의 두 배에 달하는 7만4천톤인데 3일 만에 창고 105개소를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정부양곡을 1천814톤이나 횡령한 사건도 발생했고, 창고에 대한 시정조치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재고관리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면서 "정부양곡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곧 식량안보이자 수급조절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재고관리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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