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어상천면 허순재 부면장

[중부매일 이보환 기자] '전두환과 신군부 서슬 푸르던 때/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전봇대에 오줌갈긴 죄로/잡혀간 사내들이 삼청교육대에서 악을쓰고/상처깊은 광주는 침묵/가리봉 오거리, 천왕동 친구의 자취방 전전하며 빈병과 바꾼 막걸리가 유지하던 젊은 날의 나의 생계/입영영장은 남은 청춘을 구속하고/희망도 돈도 술도없다 더는 버틸힘도 없다/면서기 시험이나 보러가야겠다/2차 시험 면접관 '전두환'을 한자로 쓰시오/'환'자는 쓰지 못했는데 합격?/대통령 이름을 한자로 모쓰는 면서기가 되었으나/아직도 '환'자는 쓰지 못한다.(어쩌다 면서기)

단양군 어상천면 허순재 부면장이 쉬운 단어지만 울림이 큰 작품 70편을 모아 '어상천통신'(지디비주얼·월간 민화 펴냄)이란 시집을 냈다.

그는 '온달성', '용진나루', '방곡리 빗재', '어상천통신' 등 작품을 통해 단양의 역사를 현재로 이끌어냈다.

'사직서 제1안', '중산층', '면서기', '어쩌다 면서기'는 직장인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함이 번뜩인다.

'쌀밥', '그렇고 그런 인간', '잘 죽었지' 등 작품은 인생을 반추하는 글로 시인은 무거움을 덜기위해 해학과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책 말미 '맺으며 한 말씀'을 통해 "나는 시인이 아닙니다.그러므로 내가 쓰는 글은 시가 아닙니다.35년 동안 면서기 하며 팔아먹은 영혼의 껍데기에 가슴이 남아있겠습니까, 사랑이 남아있겠습니까"라고 적었다.

문상오 작가는 "어렵지않은 언어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쓴 허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첫 시집 발간을 계기로 문학적 발전이 지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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