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최동일 부국장겸 음성·괴산주재

/클립아트 코리아

산과 들은 물론 강물 빛에서도 가을이 익어가는 요즘은 일년중 야외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가을이 절정으로 물들고 있는 이때,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각종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행사가 넘쳐나는 가운데 행사장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지망생들이 발에 차인다. 행사장마다 적게는 십여명에서 많게는 곱절에 가까운 이들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한 걸음을 재촉한다. 지방선거가 채 8개월도 안남은 만큼 하루하루가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얼굴을 내미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행사장을 누비는 이들 가운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 아닌 인사들도 적지 않다. 선거판이라는 이유로 평소 주민들의 평판은 고사하고 뒷말과 손가락질을 피하지 못했던 자신의 언행마저 제쳐둔 채 표 계산에만 몰두하는 몰염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같은 수준이하의 인물들은 대부분 선거라는 혹독한 검증대에서 시련을 겪게 되지만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뿐만 아니라 중앙정가, 더 나아가 우리보다 앞선 민주국가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툭하면 막말을 쏟아내는 세계 최강국의 최고 지도자에, 다선(多選) 국회의원이자 전직 총리라는 여당중진이나 야당 원내대표 등 자질과 함량이 부족한 위정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자질과 함량이 부족한 이들이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불가피하게 불행과 아픔의 정치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릇된 지도자를 뽑게 되면 언젠가 문제는 터질 수 밖에 없고, 후회의 시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옛말에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이말은 유교(儒敎) 경전 예기(禮記)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씀으로 백성(국민)을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위정자(爲政者)들에 대한 경구(警句)다. 중국 춘추시대 태산을 지나던 공자가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 자식 등 3대(代)를 잃고 무덤앞에서 비통해 하는 여인에게서 그같은 아픔에도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이를 가르침으로 전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과거 백성에 대한 착취를 의미했던 가혹한 정치는 현대에 와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고통과 슬픔, 우려를 주는 정치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최동일 부국장겸 음성·괴산주재

우리가 흔히 정도의 차이만 있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뜻할 때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고 말한다. 백성들에 대한 폭정(暴政)을 전쟁터에서 도망치는 군사들에 빗대어 표현한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때 나랏님의 잘못된 인식을 깨우치는데 처음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의 잘못은 늘 경계(警戒)의 첫 머리를 차지할 만큼 많은 이들의 피해와 고통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대를 벗어나 국민의 손으로 위정자를 고르는 시대를 살면서도 우리는 번번이 불행을 자초하기도 한다. 그 불행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릇된 이들에게 처음부터 헛된 희망과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다. 위정자의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는 시작부터 냉정하고 준엄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행사장마다 넘쳐나는 지망생들을 가장 잘 아는 주변에서부터 나서야 한다. 꼼꼼하고 분명한 선별(選別)로 이들을 거르는 것이 우리 모두의 불행과 아픔을 확실하게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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