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제천 자동차부품클러스터 임대공장 /뉴시스

"중국의 문명이나 풍속은 아무리 궁벽한 시골이나 변두리에 살더라도 성인이나 현인이 되는데 방해받을 일이 없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서 서울 문밖으로 몇 십리만 떨어져도 태고처럼 원시사회가 되어 있다. 하물며 멀고 먼 외딴 집에서야 말해 무엇하랴?" 실학의 대가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이 유배 중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 표현된 한 구절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서울과 그 주변 지역에 집중되는 불균형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인구주택 총조사의 결과 인구 5천127만명 중 수도권 인구가 전체인구의 49.5%를 차지했다. 전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불균형은 지방자치단체로 시선을 옮기면 더욱 편차가 심하게 나타난다. 충북의 주민등록인구는 올해 7월 말 기준 159만 2천817명이며, 이중 청주시 83만 5,925명이 거주해 11개 시·군 가운데 절반이상(52.5%)을 차지한다. 최근 3년간 인구가 늘어난 지역은 진천(7천615명), 청주(5천122명), 증평(2천891명), 음성(2천499명), 괴산(271명), 영동(79명)이며, 옥천, 제천, 단양, 보은, 충주는 오히려 감소했다.

어렸을 적 읽었던 구전동화인 '서울 쥐와 시골 쥐'가 떠오른다. 서울 쥐가 시골에 왔는데, 시골 쥐가 먹는 음식과 생활이 초라한 것을 가엾게 여긴 서울 쥐가 시골 쥐를 서울로 초대한다. 맛있는 음식이 풍부한 부엌으로 데리고 가서 그곳에 쌓여 있는 음식을 맘껏 먹으라고 했지만, 음식을 먹으려 할 때마다 사람이 들어오는 바람에 숨느라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배만 곯게 된다. 결국 시골 쥐는 서울 쥐에게 맛있는 것이 아무리 많다 해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없는 것보다 속 편하게 살 수 있는 시골이 더 좋다고 말하고는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성장이 함께한 것은 사실이나, 부작용도 있어 시골 쥐의 라이프스타일이 주목을 받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뿐만 아니라, 시골 쥐가 돌아간 그 곳은 계속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충북은 소외지역을 위해 지역균형발전전략사업을 추진하여왔다. 2007년 1월 충북 균형발전본부를 설치하고, 같은 해 4월 충북 균형발전지원조례를 제정하였다. 이후 지역균형발전전략사업을 5년 단위로 추진하였고, 올해부터 2021년까지 총 3473억원을 투입하여 괴산, 증평, 보은, 옥천, 영동, 제천을 대상으로 3단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천과 옥천은 지역 특화산업을 발굴하고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제천은 '자동차부품클러스터육성사업'을 추진한 결과 6개의 관련기업 유치와 함께 신규고용창출 등을 인정받아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고, 옥천은 2007년 1단계 사업부터 '의료기기·기계부품산업클러스터구축', '전략사업 성장동력 창출사업'을 통해 의료기기기반구축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지역의 산업구조를 변화시켜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이 기업을 육성하는데 사업비를 투입한 것은 아니다. 단양은 '문화관광클러스터 구축', '관광단양 신성장전략 구축'사업을 통해 한 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총 면적의 약 83%가 산지로 구성되어 있고, 석회암지대가 많은 지리적 특징을 반영하여 특정 산업의 제조업을 육성하는 전략보다 관광업 육성에 방점을 둔다는 단양군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사례이다. 증평군 또한 랜드마크로써 태양광 도서관과 보강천 물빛공원 조성 등으로 궁극적으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균형발전사업 프로그램들 중 성공사례들로부터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바, 그 핵심은 획일화된 지원금 투입을 지양하고 지역 특색에 맞고 다른 한편 지역의 현안사업을 기반으로 역량을 결집하여 상향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충북도에서 낙후지역에 대한 발전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기회의 활용은 전적으로 각 기초지자체의 판단과 의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균형발전정책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 전반적인 생태계의 변화를 수반하지 못한 채 기업 유치와 고용증대 또는 가시적 인프라에 치중하면 궁극적 목적인 삶의 질 향상을 꾀하지 못하는 목표의 전치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역간 균형 발전은 국가의 의무이자 핵심역할로 헌법 122조, 123조에 명시되어 추진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성장을 위하여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타협과 상생의 덕목을 갖춰 균형발전의 가속도를 내야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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