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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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9일 최초 핵실험(核實驗)을 감행했다. 이어 지난 9월까지 모두 6차에 걸쳐 핵실험을 했다. 전쟁용 핵무기를 만들어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고 군사력 차원에서 미국 등 군사강대국과 맞서기 위함이다. 문제는 핵폭탄이 인류와 환경 등 생물에 이어 무생물까지 무지막지하게 초토화시킨다는 것이다. 더욱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진다. 핵폭탄 위력에 대해선 굳이 자세한 설명 없어도 핵폭탄이 가공의 무기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물론 핵실험을 북한만 한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도, 영국도, 심지어 파키스탄도 했다. 현재 핵무기 보유국은 9개 나라에 이른다.

미국 전문기관(Defence Threat Reduction Review Agency)은 '서울 용산에 20 킬로톤의 핵폭탄이 떨어질 경우 113만 명 정도가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275만 명을 웃돌 것'이라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발표했다. 피해는 인명 사상에 그치지 않는다. 생태계가 악신과 하늘의 전쟁 터 아수라장(阿修羅場), 아니 북한의 표현, '불바다'로 보면 맞다. 핵폭탄이 터지면 모든 것이 지하세계로 돌입하는 셈이다.

핵폭탄과 지하세계는 애초부터 밀접했다. 핵 주재료인 플루토늄은 원소 주기율표에서 94번이며 원소기호 'Pu'다. 1940년 12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시보그, 맥밀런 교수 등에 의해 처음으로 합성, 발견되었다. 원소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었다. 당시 주기율표 93번 넵튜늄이 태양계 행성, 'Neptune(해왕성)'이다. 그다음 행성이 명왕성여서 그 명칭을 참고했다. 명왕성 명칭이 '플루토(Pluto:왜소행성)'였다.

행성의 순서에서 플루토늄이 유래되었지만 오히려 플루토늄의 특성과 관계가 더 깊다. 플루토늄으로 만든 핵폭탄이 터지면 곧 죽음인 데다 플루토가 '죽음의 신'이기 때문이다. 플루토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와 동일한 신이다.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 가운데 맏아들이다. 신들의 왕 제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등의 형이다. 하데스는 '보이지 않는 것, 땅속에 있는 것'의 뜻으로 죽음과 저승의 상징이다. 생김새는 불교의 사천왕과 유사하다. 무서운 표정에다 가혹하고 냉정해 저승 규칙을 망령들에게 예외 없이 적용하는 강력하며 무자비한 신이다. 공교롭게도 플루토늄의 한자어 '冥王星'의 '冥'이 '지하세계'를 뜻한다. 결국 이 플루토늄이 악마의 씨앗을 품고 언제라도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들은 이처럼 '무지막지한 위협과 공포를 지닌 플루토늄'으로 핵폭탄을 만들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히로시마)에 사용했다. 핵 피해는 전쟁이 끝난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남아있다. 당시 히로시마는 한 마디로 '지옥 그 자체'가 적확하다. 생활편익과 평화를 위해 사용했던 플루토늄도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핵시설(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파괴되어 이 역시 상상 초월의 피해를 주고 있다. 시보그와 맥밀런 등이 새로 합성, 발견한 원소를 '지옥의 신'의 이름을 따 플루토늄으로 명명하면서 이런 엄청난 사태를 예견했을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인간 세계를 지하세계로 추락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요즘 온 나라가 아니 전 세계가 이어지는 북한 핵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에 대한 우려는 물론 지구 존립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7000기(추정)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마저 북 핵실험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핵보유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사실상 무대책이다. 북한도 핵폭탄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다. 핵폭탄은 한반도 어디에서 터져도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어찌 보면 논개(論介) 전법(함께 끌어안고 투신)의 짓으로 동반자살이다. 죽어 상상 불가의 지하세계로 가 무시무시한 하데스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데도 말이다.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 모든 게 끝장이다. 희망이 남아도 소용없다. 판도라 상자는 뚜껑이 열리기 전 파괴돼 희망마저 영원히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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