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열 전 충북음성교육장

/클립아트 코리아

셰익스피어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다. 사람의 이성은 고귀하고, 능력은 무한하고, 행동은 천사와 같고, 이해는 신과 같아 위대한 걸작"이라고 노래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럴까.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악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인심은 조석으로 변한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도 손바닥을 뒤집듯이 인정이 변하기 쉬움을 경계했다. 그래서 인성이 좋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사귀려고 애를 쓴다.

옛말에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花香百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酒香千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人香萬里)'고 했다. 꽃은 제 아무리 예쁘다고 뽐내도 그 향기는 꽃이 지면 사라진다. 사람은 볼품이 없어도 스스로를 낮추고 묵묵히 인격을 갖추면 아름다운 덕이 쌓인다. 그런 덕이 향기가 되어 만리를 퍼져 나갈 것이다. 산 속 깊은 곳에 토굴을 짓고 혼자 수행 전진해 온 노스님이 먼 마을로 겨울양식을 구하러 탁발을 나섰다. 날이 저물어 무명 촌로의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노승은 주인 부자지간의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이른다. "윗마을에 사는 박 첨지가 어젯밤에 죽었다는데 지옥에 갔는지 극락으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예" 노스님은 참으로 알 수 없었다. 자기는 일생을 참선 수행을 하며 살아왔지만 죽은 사람이 지옥을 가는지 극락으로 가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인데 한 촌부가 어떻게 저런 거침없는 말을 하는지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아들이 돌아와 자기 아버지께 "극락으로 갔습니다." 하고 아뢰니 "그랬을 거야" 하는 것이었다. 노스님은 더욱 기가 막혔다. 이 노인과 저 젊은이가 신통력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이번에는 주인 노인이 또 아들을 불러 "이웃마을 김 진사도 죽었다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잠시 후, 이웃마을을 다녀온 아들이 아버지께 "김 진사는 지옥으로 갔습니다." 라고 아뢰었고 "그럼 그렇지"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한 노스님은 주인을 찾아가 물어보았다.

"노 처사님! 죽은 사람이 지옥을 가는지 극락을 가는지 어떻게 알 수가 있으시오." 주인은 미소 지으며 "죽은 사람 마을에 가면 금방 알 수가 있지요." 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첨지는 살아생전에 심성이 후덕하고 양심이 고우며 동리의 궂은일은 도맡아 했으니, 온 동리 사람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었으니 필경 극락에 갔을 것이며, 김 진사는 평소 얼마나 인정머리 없이 모질고 독하였던지 김 진사가 죽자 동리사람들이 모여 수군대기를

유종열 전 충북음성교육장

"그 많은 재산 두고 아까워 어찌 죽었을고, 귀신은 지금까지 뭘 먹고 살았노, 저승사자 어긋 만나 오래도 살았지, 이렇게 악담을 퍼부으니 지옥밖에 더 갈 데가 어디 있겠소."

결코 웃고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옛 어른들은 '하나를 주면 열 개가 되어 돌아온다.' 라고 했고, 옛 선인들은 "이름석자를 남기고자 딱딱한 돌을 파지 마라, 오가는 길손들의 입이 곧, 비문(碑文)이니라"고 했다. 요즘 같이 인심이 메마르고 각박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 조금은 덕을 베풀고 야박하지 않게들 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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