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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글로벌 캠프 '2017세계문화대회'[문화칼럼]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컨텐츠진흥팀장

불 꺼진 담배공장에 문화의 불이 켜졌다. 하나 둘 사람들의 발걸음이 시작되더니 지구촌 50개국의 문화활동가 500여 명이 거칠고 낡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연초제조창과 동부창고, 문화산업단지와 안덕벌 골목을 구석구석 탐방했다. 그리고 저마다의 느낌을 메시지로 남겼고, 이 메시지는 텅 빈 벽에 하나씩 글과 그림이 되었다. 차갑기만 했던 콘크리트 벽에 따뜻한 온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오프닝 세레머니. 청주연초제조창 2층 한 복판에 만들어진 무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무대에 불이 켜지자 약속이라도 모두가 숨을 죽였다. 르완다 대학살의 아픔을 예술을 통해 치유하고 함께 미래를 건설하자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르완다 용서캠페인 창설자 겸 뮤지션 장 폴 삼푸트가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용서했고 사랑했으니 함께가는 거야, 더 큰 내일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서로 마주보는 거야…."

그의 노래는 차갑기만 했던 콘크리트 벽을 타고,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다. 이어서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 씨가 무대에 올랐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사랑해…." 바위섬은 광주의 아픔을 노래한 것으로 한 때 금지곡이었다. 아프리카의 아픔과 광주의 아픔이 만나 용서와 화해를 외칠 때 내 가슴을 요동쳤고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시작된 2017세계문화대회는 감동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서로의 방식으로 평화를 이야기하며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문화활동가들이 저마다의 꿈을 소개했다. 글로벌 토크콘서트, 컬처디자이너 페어&스쿨, 오픈 보이스 등이 3일간 펼쳐졌는데 관습과 형식과 절차에 얽매인 기존의 행사에 일침을 가했다.

국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며 문화가 다르다고 그들의 꿈도 다른 것이 아니었다. 전쟁과 기아와 갈등과 아픔이 없는 세상을 바라는 염원은 똑 같았다. 어떤 이는 노래로, 어떤 이는 그림으로, 어떤 이는 업싸이클로, 어떤 이는 과학과 디자인으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고 있었다.

자리를 함께 한 글로벌 리더 8인의 메시지는 우리의 가슴에 진한 향기가 되었다. 삼푸트는 자신의 부모도 르완다 대학살 때 희생되었지만 용서하고 음악을 통해 평화를 일구었다. 과학과 영성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영국의 주드 커리반은 인공지능의 시대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인간의 따뜻한 마음과 공동체적 가치라고 했다. 도심 속의 감성과 사랑을 담아내는 'I Love Paris' 영화감독인 프랑스의 엠마뉴엘 반비히는 도시의 생명력은 공간이고 역사며 사랑이라고 웅변했다.

평화수호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월드피스이니셔티브(World Peace Initiative)의 창설자인 태국의 핑핑 워라카테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세상이 아름답고 그 다름의 가치가 모여 위대한 인류사를 만든다고 했다. 로봇계의 다빈치라고 불리우는 미국의 데니스 홍은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이야기했고, '미움 받을 용기'의 저자 일본의 기시미 이치로는 공감이야말로 대인관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컨텐츠진흥팀장

계와 평화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외쳤으며, 미국의 공공미술 디렉터인 데브라 시몬은 청주 연초제조창이야말로 국보급이라며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문화창고·보물창고를 만들자고 했다. 예멘 최초의 여성 영화제작자이면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카디자 엘살라미는 이 모든 극적인 순간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라고 했다.

굽이굽이 사무친 말과 옹이진 사연이 연초제조창을 환하게 밝혔다. 풀잎같은 눈들이 더욱 빛났다. 이곳을 지구촌이 함께하는 노매드캠퍼스(창조학교)로 만들자며 흥분했다. 마지막 날, 우리는 그곳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두려움이 용기가 되고, 아픔은 사랑이 되었다. 불 꺼진 담배공장은 이렇게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밤이 깊어가니 별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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