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오송공장 준공, 메디톡스 2·3공장도 오송에
보톡스 균주 출처 놓고 진흙탕 싸움…법정공방 확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이 법정 싸움으로 확대된 가운데 최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2·3공장이 있는 오송에 cGMP공장을 준공해 업계의 관심이 높다. 사진은 메디톡스 오송 2공장 / 신동빈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보톡스 균주의 출처를 놓고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충북 오송에서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됐다.

오창에 본사를 두고 오송에 2·3공장을 둔 메디톡스는 지난 15일 오송에 cGMP공장을 준공한 대웅제약을 상대로 지난달 30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기밀을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오송 신공장이 아닌 경기도 향남공장에서 보톡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적 공방의 당사자인 두 제약사가 나란히 충북 오송에서 생산공장을 가동하게 되면서 제약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전 직원이 대웅제약 직원에게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일체를 넘기고 대가로 1억3천여 만원(12만 달러)을 받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결백을 주장하려면 균주의 획득 경위를 공개하거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균주의 기원을 규명할 수 있는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생물의 염기서열은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생물체의 기본 요소로, '스스로를 나타내는 족보'로 통한다. 때문에 DNA의 구성성분 중 하나인 염기서열 공개가 이번 논란의 '스모킹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 오송공장 / 신동빈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국내 토양에서 균을 발견해 자체 기술로 독자개발한 균주"라며 "메디톡스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대웅제약은 민사소송을 제기한 메디톡스에 대해 역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 논란'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제품은 메디톡신과 나보타이다. 메디톡신은 메디톡스가 지난 2006년 발매한 국내 최초 보톡스이고, 나보타는 지난 2014년 대웅제약이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보톡스 제품이다.

현재까지 대웅제약이 균주 획득 경위와 염기서열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소송 결과에 따라 양쪽 중 한 곳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디톡스가 승소하면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소송 중 미국 허가를 받아도 국내 소송 결과를 근거로 미국에서 판매금지 신청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판된 나보타의 판매금액에 대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반면 대웅제약이 승소해 무혐의 결론이 나면 메디톡스는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역소송을 당할 수 있다. 기업 이미지도 실추될 것이다.

민사소송의 경우 결론이 날 때까지 보통 2~3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대웅제약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지법원은 '의혹을 제기한 균주 도난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진 만큼 한국 법원의 판단을 따르라'고 주문했다. 국내 민사소송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인 셈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주)메디톡스는 보툴리눔톡신 제제와 히알루론산 필러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 60여 개국에 판해하고 있는 충북의 대표적 바이오 기업이다.

(주)대웅제약은 1945년 창립해 72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내 대표적 제약회사로 2014년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나보타'를 국내에서 출시, 전세계 60여 개 국 1조원을 목표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톨리눔톡신이란

신경독소의 일종을 이용해 만든 치료용 주사제이다. 일반적으로 보톡스라고도 부르는데 이 이름은 미국의 앨레건社에서 만든 '보톡스'라는 보톨리눔톡신 제품명이 보톨리눔톡신과 발음이 비슷하고 간편해서 대명사처럼 굳어진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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