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쏟아졌던 풍경 옛말...대학가 술집·제과점도 썰렁
소주한병 무료·반값 시큰둥...불황 장기화탓 마케팅 시들

23일 청주에 올해 첫눈이 내렸지만, 경기불황에 사람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으면서 '첫눈 마케팅'이 사라지고 있다. / 중부매일DB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첫 눈이 오는 날 소주 무료", "첫 눈 오면 반값 할인"…

'첫눈 마케팅'이 옛말이 됐다. 첫눈이 내리면 설레는 마음에 너도너도 거리로 나와 닫혀있던 지갑을 열었지만, 요즘은 경기불황에 좀처럼 지갑이 열리지 않으면서 '첫눈 마케팅'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청주에 첫눈이 내린 23일, 대부분의 외식업계, 유흥업계, 유통업계 등에서 첫눈 이벤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길어진 경기침체에 더이상 '첫눈=낭만'으로 다가오지 않으면서 삶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청주시 산남동 퓨전회포차 '느리실'은 23일 첫눈 이벤트로 '소주 1병 무료'를 준비했다. '느리실' 김병수 대표는 "예전엔 첫눈 소식을 서로 문자로 공유하면서 같이 즐거워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다들 반응이 없어 안타깝다"면서 "첫눈이 오니까 기분이 좋아서 소주 한잔 같이 하자는 마음에 이벤트문자를 돌렸다"고 말했다.

충북대 중문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변종석 사장은 "요즘처럼 경기가 안좋을 때에는 이벤트를 해서라도 손님을 오게 해야 하는데 대학가조차도, 첫눈이 내려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한다"며 씁쓸해했다.

청주시 사직동에서 유기농빵집 '그래동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찬동 사장은 "첫눈 이벤트를 하고 싶어도 요즘은 직원이 줄어서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이라 갑작스럽게 빵을 더 만들려면 어려움이 있다"면서 "또, 회원 7천명에게 이벤트문자를 발송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어려움을 어필했다.

청주시 전역에 첫눈이 내린 23일 청주 상당산성을 찾은 시민들이 하얗게 뒤덮인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초겨울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신동빈

또 지역마다 날씨편차가 크고, 날씨도 들쑥날쑥해 '첫 눈'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첫눈 마케팅'을 피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변종석 사장은 "첫눈이라는 게 언제 올지도 모르고, 영업이 끝나갈 무렵에 내리면 이벤트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곤란하고, '첫눈'의 기준도 어떻게 정해야 할지 애매해서 '첫눈 이벤트'가 꺼려진다"고 답했다.

이외에 첫눈 시기와 맞물려 대수능,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마케팅효과가 떨어지는 점도 제시됐다.

청주시내 한 레스토랑 관계자는 "11월에는 첫눈도 오지만, 수능수험생 대상 이벤트도 해야 하고, 빼빼로데이도 있고, 12월에는 대목인 크리스마스가 기다리고 있어서 '첫눈 이벤트'까지 하기가 부담된다"고 귀띔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첫 눈=낭만', '첫 눈=소비'의 등식도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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