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광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클립아트 코리아

요즘 일부 기업의 사장이나 소위 '재벌 2세'들이 기업의 가족인 직원들을 함부로 대해 세상의 지탄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무슨 상관이냐"라는 오만함으로 구성원을 대한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궁하필위(窮下必危)라 했다. 아랫사람을 궁하게 하면 반드시 자기가 먼저 위태롭게 된다는 말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이, 이해관계가 밀접한 사이에서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온전하기 어렵다. 입술이 없어도 이가 제 기능을 발휘할 것 같지만 입술이 없으면 이의 기능도 정지된다. 제아무리 월급을 주고 부리는 사람이라도 직원이 없다면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 내가 먼저 남을 존중하면 결국 다른 사람도 나를 존경하게 됨은 인지상정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잘 나갈 때 계속 잘 나갈 것이라 본능적으로 생각해 버린다.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다 생각하고 오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데서 기인한다. 그러나 항상 남들이 나보다 조금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면 실수가 없는 법이다.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으스대도 결국 하늘 아래서 숨 쉬는 건 마찬가지다. 높고 높은 하늘에서 보면 다 똑같이 하찮은 생물일 뿐이다. 그러니 서로 잘 낫니 못 낫니 굳이 따질 것도 없다. 모두 함께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다.

'생각 수업'이라는 책에 진중권 교수의 의미심장한 글이 나온다. 독일에서 운동회 때 할 재미난 게임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는 '짝짓기'게임을 준비해 갔다고 한다.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부르다가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며 "몇 명!"을 외치면 그 숫자만큼 아이들이 짝을 지어 끌어안고, 짝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탈락하는 게임이었다. 이윽고 게임이 막바지 아이들이 4명 남았을 때였다. 다같이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부르다가 선생님이 "3명!"이라고 외쳤다. 그런데 아이 4명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떨어지질 않았다고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다 친구인데 누구를 떨어뜨려요?"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왜 우리사회에서는 짝짓기 게임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것일까를.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의 가치'라는 소중한 삶의 지혜를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

김광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씨앗은 흙을 만나야 싹이 트고, 고기는 물을 만나야 숨을 쉬듯, 사람은 사람 때문에 인간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오직 서로가 상생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 의미가 있고 가능하다. 그 어떤 것도 혼자 고립되어서는 결코 그 삶을 존속할 수 없다. 누구든 처음 살아 보는 낯선 인생길이다. 익숙지 않은 길을 걷노라면 누구나 힘이 들고 지칠 때가 많다. 그 힘든 길을 동행자가 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되고 든든하다. 익숙지 않는 삶을 살아내다 가는 끝내 얼마 후에는 한 줌의 흙으로 되돌아 갈뿐이다. 잊지 말자. 모두 결국은 빈손이다. 인간 모두는 서로가 기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행의 길동무일 따름이고, 서로는 서로에게 덕택의 고마운 존재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라면은 '바다 라면'이지만, 제일 맛있는 라면 '함께 라면'이라고 한다. 그러니 세상에 잠시 머무는 동안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겸손하게 함께 더불어 손 맞잡고 같이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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