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13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서우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2017.12.13. / 뉴시스DB

"신이 인간을 창조한 이래 지금까지··· 병사들이 갓난아이를 공중으로 던져 총검으로 떨어지는 아이를 능숙하게 꿰뚫고···" 중국의 대문호 린위탕(임어당)은 소설 <폭풍 속의 나뭇잎>에서 80년 전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의 만행을 이렇게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한 13일 시진핑 국가 주석은 중국 장쑤성 난징의 대학살 피해자 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추모일 행사장 자리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영접키로 한 노영민 주중대사를 추모식에 급파했다. 오전 10시 난징 전역에 사이렌이 울려퍼지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3천마리가 하늘을 날았다.

시 주석을비롯, 위정성 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중국지도부가 총 출동한 국가추모일 행사장은 숙연해졌고 시민들은 묵념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우리민족이 일제의 갖은 만행을 겪은 것처럼 중국인들이 겪은 고통에 공감한다고 애도한 것이다.

80년 전 난징은 중국 국민당 정부의 수도였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11월 상하이를 점령한 뒤 12월 13일 난징을 함락했다. 일본군은 6주 동안 포로뿐 아니라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총검술 훈련, 목 베기 시합 등을 했다. 집단학살, 성폭행, 방화 등 형언하기 힘든 참상이 기록으로 남았다. 이때 살해된 중국인이 30만명에 이른다고 중국 정부는 추산했다.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당시 난징에는 뉴욕 타임스지의 더딘 기자를 비롯한 3명의 외국인 기자가 있었다. 이들의 견문기가 신문을 통해 전세계에 보도됐다. 난징 대학살의 책임으로 전후 일본군 마쓰이 이와네 대장은 사형에 처해졌다. 위정성 주석은 추모 연설에서 "전쟁은 거울과 같아서, 우리로 하여금 평화의 귀중함을 알게 해준다"며 "일본 군국주의가 시작한 이 전쟁은 중국 인민에게는 거대한 재난을 주었다"고 말했다. 난징 대학살을 추모하는 중국은 다른 한편으로는 조어도(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놓고 영해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난징학살 배상을 일본 정부측에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난징 대학살은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에게 분명 동질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일본을 대하는 중국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또 다르다. 이는 한·중·일의 역사가 증명한다. 우리에게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 당국의 제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조어대 국빈관에서 한중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장가오리 상무부총리는 "양호한 중한 관계는 역사와 시대 대세에 부합하며 중국과 한국이 공동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호혜 상생에 이롭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 중간에 사드갈등이 조속히 해결되고 경제발전의 훈풍이 함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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