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 1층 공예마당서 15~26일까지

보성이네 아이들 방 / 류병학 큐레이터 제공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서울여성공예센터(김영등 센터장)는 12월 15일부터 26일까지 '생활 속의 예술(ART in LIFE)-보성이네 집으로 놀러오세요'라는 타이틀로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 '생활 속의 예술'은 누크갤러리 조정란 대표와 독립큐레이터 류병학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초대작가 50명의 공예,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총 2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생활 속의 예술(ART in LIFE)

1956년 영국 화이트 채플(White Chaple)에서 '이것이 내일이다(This is Tomorrow)'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당시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은 그 전시회에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1956년)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당시 해밀턴의 작품은 영국 팝아트의 최초 작품으로 간주된다.

흥미롭게도 '이것이 내일이다'라는 전시 타이틀이나 해밀턴의 작품은 '미래의 가정'을 지향한다. 그러나 해밀턴의 '미래의 가정'은 사진으로 꼴라주 된 가정, 즉 일종의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활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위주혜 작 가죽봉투가방 브라운. 2017 / 류병학 큐레이터 제공

서울여성공예센터의 '생활 속의 예술'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기획전이다. 우리는 '미래의 가정'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상품-작품'에 주목했다. 여기서 말하는 '상품-작품'은 문자 그대로 상품이면서 동시에 작품이라는 이중의 뜻을 함축한다. 이를테면 '상품-작품'은 일상세계에서 '사용가능한' 작품이라고 말이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은 "백화점이 미래의 미술관이 될 것이다(department stores are kind of like museums)"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워홀의 예언은 빗나갔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의 미술관을 여러분이 생활하는 '가정'으로 상상했다. 이를테면 여러분의 집이 미래의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관객과 만남을 찾아서
미술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삶으로부터 개념화된 것이다. 따라서 미술의 고향은 생활세계이다. 조선시대 미술은 '생활미술' 혹은 '실용미술'로 불렸다. 살림살이하는 우리 주부들이 잘 알고 있듯이 당시 집안에는 장벽화와 족자화 그리고 병풍 등의 그림들 이외에 각종 그릇(도자기)에서부터 그림이 새겨진 장과 농 등의 각종 가구 또한 그림이 수놓아진 (이불에서 보자기에 이르는) 각종 자수 작품도 비치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우리 조상의 집은 '미술'로 도배되었던 셈이다. 따라서 당시 '미술'은 일종의 '살림살이'였다.

그러나 오늘날 미술(과 일부 공예)는 장구한 미술의 고향이었던 생활세계에서 가출하여 미술세계라는 '살림'을 차렸다. 따라서 더 이상 미술(과 일부 공예)는 일상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소독된 중성적인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박제화 되기를 갈망하는 것처럼 간주되었다. 따라서 서울여성공예센터의 '생활 속의 예술'은 '미술'을 고향인 일상세계로 되돌려 보내고자 기획된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두말할 것도 없이 '생활 속의 예술'은 관객 없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왜냐하면 관객은 작품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홍승혜 작 벽시계(Wall Clock) - sticker on ready-made clock 22.5cm(ø) each. 2017 / 류병학 큐레이터 제공

오늘날 모든 분야는 고객중심주의로 이동한지 오래다. 따라서 서울여성공예센터의 '생활 속의 예술'은 관객중심주의 전시를 고려하고자 한다. 우리는 관객중심주의 전시 연출로 우리 생활공간을 모델로 삼았다. 따라서 관객은 중성적인 전시장이 아닌 마치 이웃집을 방문하듯 가정집에 설치된 작품들을 보게 될 것이다. 결국 서울여성공예센터의 '생활 속의 예술'은 생산자(작가/작품)와 소비자(관객)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소'가 될 것이다.


#보성이네 집으로 놀러오세요

보성이네 집 거실. / 류병학 큐레이터 제공

기획전 '생활 속의 예술' 전시장소는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의 1층 공예마당이다. 우리는 공예마당에 일반 가정집을 연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번 기획전에 초대하는 작가들의 '상품-작품'들로 일반 가정집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예마당에 거실과 부엌 그리고 아이방과 부모의 침실로 연출하기로 했다.

우리는 건축가 김희준(ANM 소장)에게 파티션 제작 및 가구 제작을 의뢰했다. 김 소장은 현장을 방문하여 설계도면을 만들었고, 백색 스티로폼으로 파티션(가벽)을 제작했다. 그리고 김 소장은 그의 건축파트너들과 함께 백색 스티로폼으로 거실에는 장식장을, 부엌에는 싱크대를, 아이들 방에는 책상과 침대를,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를 제작해 놓았다.

우리는 그 각각의 방들에 초대작가들의 '상품-작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이를테면 거실의 장식장에는 작가들이 제작한 각종 장신구들, 부엌에는 작가들이 도자기와 유리로 제작한 각종 식기류를, 아이들 방에는 작가들이 제작한 각종 인형들과 장난감들을, 침실에는 패션디자이너의 의상들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놓았다고 말이다. 물론 각 방의 벽면에는 회화에서부터 사진에 이르는 작품들을, 각 방에는 조각과 오브제 작품을, 거실의 TV에는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영상작품들이 상영된다.

보성이네 침실. / 류병학 큐레이터 제공

끝으로 우리는 서울여성공예센터 측에 노원구에 거주하는 아이가 있는 가정을 섭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공예마당에 연출할 집의 주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여성공예센터 측은 노원구의 한 가정(보성이네 가족)을 섭외했다. 보성이네는 회사원인 아버지 최원규 씨(45세)와 주부인 어머니 조미정 씨(43세) 그리고 큰아들 최보성 군(태릉초등학교 5학년)과 작은 아들 최보선 군(태릉초등학교 2학년)으로 이루어진 화목한 가족이다.

우리는 서울여성공예센터의 공예마당에 연출된 가정집 공간에서 보성이네 가족들이 포즈를 취한 사진을 메인포스터로 사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보성이네 집'은 미래의 미술관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여러분이 생활하는 거주공간이 바로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자, 여러분, 여러분의 미술관에 어떤 작품들로 어떻게 디스플레이 하시겠습니까? / 공동기획 누크갤러리 조정란 대표 & 독립큐레이터 류병학

#참여작가

고희승 강현욱 김남훈 김미라 김미화 김성희 김시연 김영환 김은정 김은주 김주성 김준용 김정주 김지원 김태헌 김해민 김형기 김희준 남궁윤정 류연희 박성숙 박은주 손연우 신소영 신자경 심아람 안성석 연미숙 위주혜 유명해 유은정 유재중 이기은 이연수 이지수 이현아 임다혜 임자혁 장미숙 전용일 조재선 조혜영 주한진 줄리앙 코와네 최원진 한기정 한상아 황혜영 허은선 홍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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