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범욱 공군사관학교 발전후원회 명예회장

1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로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안중근 장군 동상 제막식’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2015.05.01. / 뉴시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 지친 한숨을 몰아쉬며 긴긴밤 동지를 넘기고 있다. 일찌감치 찾아온 한파에 움츠러들어 잠자리에 들지만 나이 탓인지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가는해 오는 해 교차하며 뒷머리는 이생각 저생각으로 뒤엉킨다. 세배에 인사를 나누던 지난날의 풍속(風俗)도 사라져 가고 있다. 세월이 수상하니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의사가 떠오른다. 1910년 3월 여순 감옥에서 안중근의사는 '國家安危勞心焦思' 유묵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순국했다.

다수의 논리로 파생된 민주주의라지만 한국적 민주주의는 속과 겉이 다른 것 같다. 위탁하고 위임받은 통치권력은 국가안전과 국태민안을 책임져야하는데 현실은 다른 길에서 방황하고 있다. 우리는 이념과 사상으로 갈라진 반쪽짜리 한반도에 보이지 않는 주변열강의 세력균형으로 둘러 쌓여있다. 모두들 무사태평과 무사안일만 바라는 것 같다. 통치권자들은 틈새만 엿보며 엇박자만 날리고 국민들은 살기 좋아졌으니 의무는 없고 권리만 주장한다. 미국 링컨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정치는 지난일이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자문해 보라'는 말에 우리의 중지를 모아야한다. 하와이는 북핵공격에 대비한 주민대피훈련과 주한미군가족 철수문제까지 나오는데 우리는 연례적으로 해오던 민방위훈련 마저도 미지근해져가고 있다.

국민소득 2만8천불이라며 들떠있지만 우리의 정신문화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자연재해도 갈수록 심화되고 인재도 늘고 있다. 영흥도 낚시배 전복사고, 반복되는 타워 크레인사고,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 등 밖으로 나서기가 불안하다. 안전불감증이 만연되어 미리 대비하지 않고 있다 당하면 아차하며 정신이 들지만 이미 때는 늦는다. 빨리빨리 문화에 설마 하는 고질적인 국민성에 복지부동하는 관이나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불상사가 다시는 없다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이다. 세월호 사건과 비교해 보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대통령, 총리, 장관, 지사가 줄지어 현장으로 달려가지만 면피작전 행차에 불과하다. 적폐청산에 얽매인 정부나 내년 지방선거 콩밭에 마음이 가있는 국회모두가 권력쟁취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민의 의식구조는 역주행하고 있다. 집은 없어도 자동차부터 갖는 세상에 한집안 가족들도 있으면 각자의 자기 차를 마련하니 차량만 늘어간다. 제천 화재사건도 불법주차로 소방대가 신속한 접근을 할 수 없었다. 불법주차 법안은 미완의 문제로 아직까지도 매듭을 못 짓고 있다. 마이카 시대에 주차시설이나 주차증명이 없으면 차를 살수 없는데 차부터 팔고 샀으니 도로가 불법 주차장이 되고 말았다. 지자체도 선거제로 차기권력에 눈이 어둡다 보니 단체장이 강력단속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공영주차장이라도 더 확보하고 불법차량을 강력 단속해 통행에 자유로운 거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다민족이 어울려 공존하며 안전하고 불안하지 않은 나라, 권력에 앞장서기를 꺼리는 나라, 스위스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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