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성공 비법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그 내용 중 하나가 "속내를 털어놓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라"는 것이었다. 대인 관계의 3·2·1 법칙이 있다. 그것은 3분간 경청하고, 2분간 맞장구쳐주고, 1분간 말을 하라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굉장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정신과 의사들의 주된 일은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흥분한 사람도 한 시간만 말을 하면 화가 진정된다. 황하는 작은 시냇물이 흘러들어 오는 것을 막지 않았기에 그만큼 커질 수 있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교수에게 한 학생이 "교수님 같은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교수는 "입을 적게 움직이고 머리를 많이 움직이게"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일에 골몰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일에 골몰하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는 타인들의 흠만 보인다. 그리고 타인들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다. 사람이 태어나서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기 위해서는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1914년 미국에 의해 파나마 운하가 건설되기 전, 건설을 맡은 총책임자는 불리한 지리적 여건과 악천후를 이겨나가는 한편 "운하는 완공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여론과 맞서야 했다. 특히 그는 온갖 비난과 모략을 감당해야 했는데, 그 와중에도 침묵을 지키며 성실히 일을 추진했다.? "왜 그런 모함을 받고도 침묵합니까?" 주위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며 물을 때마다 그는 "때가 되면 하지"라고 대답했다. "그 때가 언제 입니까?" 그는 웃으며 짤막하게 말했다. "운하가 완공된 후"

스파르타의 정치가 데마라투스가 회의석상에서 한마디의 말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자, 이를 본 그의 친구가 "여보게, 못나서 말을 않나? 아니면 할 말이 없어서 안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대는 모르는 말일세! 못난 사람은 절대 침묵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네."라고 말했다. 말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다. 미성숙한 사람은 절대로 말을 통제하기가 힘든 것이다. 일본에 한 후덕한 군주가 살고 있었다. 백성들은 모두 태평성대를 누렸다.그런데 하루는 군주가 말에서 떨어져 미처 손을 쓸 겨를도 없이 숨지고 말았다. 군주의 대를 이어 외동딸 유미코가 군주직을 물려받게 되었다. 유미코도 선친처럼 선정을 베풀어 칭송이 자자했다.

유미코가 나이가 들어 결혼할 때가 되자 재상들이 신랑감 물색에 나섰다. 그때 그녀가 신랑감을 자신이 직접 고르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녀는 커다란 북통에 무명천을 씌워 이상한 북'을 만든 후 신랑을 선발한다는 방을 써 붙였다. 전국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그들 앞에서 명주북을 힘껏 내리치며 물었다. "북소리가 들립니까?"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무명북이 소리가 날 리가 없었다. 그런데 한 청년의 대답은 달랐다.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소리요?" "침묵의 소리입니다"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이 청년이 유미코의 신랑으로 결정됐다. 참된 지도자는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큰 소리는 대개 중요한 소리가 아니다. 잡음이거나 소음인 경우가 많다. 중요한 소리는 작은 소리다. 침묵으로 가슴 깊게 간직된 소리다. 세차게 외쳐대는 소리는 지극히 원초적인 자기중심의 소리인 반면 진정한 소리는 다수의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는 그 소리, 바로 침묵의 소리다. 지도자는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지도자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기보다 들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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