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유리창 깨달라고 했던 주장 맞았다"
제천참사대책본부 현장 방문 자료 요청

3일 오전 화마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현장을 다시 찾은 유족들이 건물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열나흘째인 3일 현장을 둘러본 희생자 유족들이 "이번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예상된 인재(人災)며,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유가족들로 구성된 제천참사유족대책본부의 이날 사고 현장 방문은 지난달 23일 1차 방문에 이어 두 번째다. 사고 현장 방문에는 유가족과 이근규 시장을 비롯한 시청 직원 5명 등 총 20여 명이 참여했다. 제천 참사 유족 17명은 두 팀으로 나눠 이날 오전 11시부터 2시간여 동안 제천시 하소동 노블휘트니스스파 건물을 둘러본 뒤 "소방시설부터 시작해 건물 자체가 총체적 난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2층의 경우 비상구가 좁아 육안으로 봤을 때 비상구라고 보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비상구 인근에 남아있는 손자국을 보니 우리 식구도 이쪽에 마지막으로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화재 당시 2층 유리창을 깨 달라고 한 우리 말이 맞았다"며 "희생이 가장 컸던 2층은 플라스틱 용기 하나 타지 않는 등 불탄 흔적이 없었다"며 "2층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달라고 그렇게 호소했는데, 유리창만 깼더라면 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7·8·9층은 화염에 녹아내렸지만, 방화문만 열렸어도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지 않았겠냐"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밖에 논란이 된 '백 드래프트(Back draft)' 현상과 관련해서도 유족들은 "현장을 보니 백 드래프트 현상이 있을 수 없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백 드래프트'는 화재가 발생한 공간에서 불꽃이 연소할 산소가 부족할 때 대량 산소가 유입되면서 불길이 역류하는 현상이다. 백 드래프트가 일어나면 대피자나 소방관 모두 위험할 수 있다.

소방당국은 이번 제천 화재에서 2층 여성사우나실 유리창을 깼을 경우 백 드래프트 현상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희생자 29명 가운데 2층에서만 여성 18명 등 20명이 숨졌다.

유족들은 "소방시설 미비나 건물 허가 과정 등을 따져보려고 한다"며 유족들의 의견을 모아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거나 전문가를 대동해 점검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유족대책본부는 감식 등 초기 조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현장이나 관련 자료 공개 등도 요구했다.

한편 이번 참사는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께 발생해 모두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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