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戌年 새 해가 밝았다 싶더니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나갔다. 세월무상의 진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올해는 개띠 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 그래서인지 중국 고사성어에는 개와 관련된 고사가 꽤 많다.

개를 의미하는 漢字(한자)로 犬(견)과 狗(구)가 있다. 犬은 글자 안에 크다는 의미의 大字(대자)가 있으니 성견, 품종이 좋은 개를 말하며, 주로 키워서 주인과 함께 생활하는 개를 말한다. 狗는 작고, 품종이 열성이거나 잡아먹는 개를 의미한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고사성어에서 犬은 일반적인 개, 혹은 주군에게 충성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狗는 시원찮은 개, 혹은 옹졸하거나, 비열하고, 무능한 사람을 의미한다. 먼저 犬과 狗에 관련된 고사성어를 몇 편 소개하고자 한다.



畵 虎 類 犬

[그릴 화] [범 호] [같을 류] [개 견]

뜻만 크고 성과가 없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다



東漢(동한) 名將(명장) 馬援(마원)이 조카 馬嚴(마엄), 馬敦(마돈)이 俠客(협객) 杜季良(두계랑)과 친구 사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들에게 편지를 써서 "다른 사람을 본받음에 있어서는 반드시 선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龍伯高(용백고)는 순박하고, 후덕하며,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기에 너희들이 그를 본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杜季良은 비록 성격이 호방하고 행동함에 의협심이 강하지만 본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다. 너희들이 龍伯高를 제대로 본받지 못하더라도 자제할 줄 알고 성실한 사람이 될 수 있으나, 만일 杜季良을 제대로 본받지 못하면 경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는 마치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잘못 그리면 개처럼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畵虎不成反類狗)'"라고 충고하였다.



鷄 犬 不 寧

[닭 계] [개 견] [아니 불] [편안할 녕]

닭도 개도 살기 어려운 지경



唐朝(당조)의 柳宗元(유종원)이 永州司馬(영주사마)로 재직하고 있을 때, 蔣氏(장씨) 성을 가진 땅꾼을 알게 되었다. 그가 柳宗元에게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毒蛇(독사)를 잡다가 뱀에 물려서 죽었고, 나도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라고 말했다. 柳宗元이 그에게 직업을 바꾸어 살아가라고 하자 그가 "만일 농사를 지으면 내야 할 이런 저런 세금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관리들이 핏발을 세우고 세금을 독촉하여 돈과 양식을 모두 가지고 가기 때문에 '닭과 개조차 편안하게 살 수 없어서(鷄狗不得寧)'. 백성들은 굶어 죽거나 도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고 뱀을 잡을 수밖에 없고, 毒蛇로 세금을 대신하는 것이 살아가기에 훨씬 낫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柳宗元이 이 말을 듣고 "虐政이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고 한탄하였다.



喪 家 之 狗

[죽을 상] [집 가] [어조사 지] [개 구]

행색이 남루한 사람



春秋(춘추) 末期(말기), 孔子(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사방으로 遊說(유세)를 다니면서 자신의 理論(이론)을 설파하였으나 냉담한 대우를 받았다. 鄭國(정국)에 머물던 어떤 날, 마침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孔子 혼자서 성 밖 東門(동문) 옆에 혼자 서있었다. 제자들이 그를 찾았다. 어떤 鄭國 사람이 子貢(자공)에게 "東門 옆에 한 노인네가 있는데 '남루한 모습이 마치 상가의 개 같은데(累累若喪家之狗)' 혹시 당신의 선생이 아닌지 모르겠소?"라고 하였다. 子貢이 동문으로 달려가 孔子를 찾아서는 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하자 孔子가 이 말을 듣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면서 자조섞인 말로 "내를 상가의 개라고 한 말은 정말로 적당한 표현이구나!"라고 하였다.



鼠 竊 狗 盜

[쥐 서] [훔칠 절] [개 구] [훔칠 도]

좀도둑 혹은 도둑질



秦朝(진조) 末年(말년), 陳勝(진승)과 吳廣(오광)이 大澤鄕(대택향)에서 농민들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잔악한 秦二世(진이세) 胡亥(호해)가 너무나 두려워 황급히 대신들을 모아놓고 대책을 상의하였다. 한 대신이 "저들이 조정에 대하여 반란을 획책하니 반드시 군대를 동원하여 진압해야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胡亥가 反亂(반란)이라는 말을 듣자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였다. 博士(박사) 叔孫通(숙손통)이 재빨리 비위를 맞추려고 "지금 어디에 반란을 획책하는 놈이 있겠소! 저들은 그저 '좀도둑(鼠窮狗盜)'에 불과할 뿐이요."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胡亥가 비로소 얼굴색이 좋아지면서 반란을 획책한다고 말한 대신을 잡아들이고 명령하였다. 叔孫通이 간신히 어려움을 모면한 다음 도망쳐서 項梁이 이끄는 농민 혁명군에 참가하여 秦朝에 대항하였다.



兎 死 狗 烹

[토끼 토] [죽을 사] [개 구] [삶을 팽]

사냥을 마치고 사냥개를 잡아먹다

효용이 다하여 쓸모없는 취급을 받다



春秋時代(춘추시대), 趙王(조왕) 勾踐(구천)이 吳國(오국)에 볼모로 붙잡혀 있을 때, 趙國(조국)의 大夫(대부) '범려'가 勾踐에게 굴욕적이지만 투항한 다음 기회를 틈타 反攻(반공)하라고 권유하였다. 勾踐이 그의 말을 따라 행하여 마침내 吳國을 멸망시켰다. 이 때 '범려'가 大功臣(대공신)이 되었으나 관직을 버리고 은거생활로 들어갔다. 그는 편지 한 통을 써서 다른 대신이었던 文種(문종)에게 보내 날아가는 새를 활로 다 잡은 뒤에는 활과 화살은 보관하고는 쓰지 않는 것처럼 '토기를 물어 죽인 다음에 개는 주인에게 삶아 먹히는 법이다(狡兎死, 走狗烹)'"라고 경고하였다. 文種은 '범려'의 말을 따르지 않다가 결국은 勾踐에 의하여 살해되었다.

중국의 고사성어에는 犬은 일반적인 개를, 狗는 식용으로 쓰이는 개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허나 우리나라의 전설과 속담에는 忠犬(충견)이 많이 등장하며, 실제로 忠犬을 위한 祭文(제문), 碑石(비석)을 만들어 준 경우가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 개는 친근하고, 충성스러운 존재로 각인되었나 보다.

배득렬 교수

올해만은 우리나라에서 '개만도 못하다', '개판이다'와 같은 말은 사라졌으면 한다.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적어도 정의로움이 담보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남북 갈등, 국제사회에서의 냉대는 면할 수 있을테니까. 올 한해, 정말이지 개발에 땀이 나게 뛰어보자. 그래서 적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성취해내자. 그런 것이 쌓이면 정말 위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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