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제학박사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2018년이 시작된지 벌써 1개월이 지났다. 초반에 작심한 것들이 별로 진척이 없다. 물론 아직 열 한 달이나 남았기에 괜찮다라고 스스로 토닥할 수 있지만, 출발을 보니 예년과 다름이 없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매반 비슷비슷하다. 조직은 늘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뭔가 대단한 것들을 할 것 처럼 비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제도를 제시한다. 그런데 구성원들은 '뭐 또 몇 일 저러다 말겠지.'하며 넘어간다. 왜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날까? 그리고 무엇을 하면 될까 생각해봐야 한다.

조영덕 박사가 주장하는 '폐기경영'의 체계적 폐기(Systematic abandonment) 관점을 가져보면 좋다. 조박사는 폐기경영에 성공한 줌피자, 아마존, 트레이더 조, 아이리스오야마그룹과 폐기경영에 실패한 블록버스터, 테라노스, 야후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성공 사례, 실패 사례를 극단적으로 '폐기'라는 잣대 위에 올려서 무언가를 버린 기업은 성공했고, 버리지 못한 기업은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드러커는 '혁신을 위해서 폐기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이 말은 사실이다. 새로움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움이 기존의 것 위에 쌓이면 새로움이 우리는 힘들게 한다. 결국 새로움이 기존의 것과 섞여서 다시 구태의연함이 된다. 결국 모든 것이 제대로 돌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때 우리는 무언가 원인이 되는 요소를 잘라내거나 버리거나 줄이지 못하고 또 새로운 것을 더한다. 결국 무한루프에 빠지게 된다.

그럼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폐기이다. 뭔가 새로운 물건을 들여놓는다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가장 먼저하는 행동은 무엇인가? 물건을 사는 행동이 아니다. 그전에 두어야 할 공간이 있는지 확인한다. 물론 물건을 먼저 살 수도 있다. 대략 이 정도 물건을 그 공간에 적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집에 물건을 둘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깨끗하게 닦고, 주변을 정리한다. 폐기의 역할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조직에서 폐기해야 할 것은 참 많다. 우선 강점이 아닌 것부터 폐기해야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패한 것, 고객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 낡은 것과 과거 유물, 생산성이 없는 것과 생산성을 갉아 먹는 것, 의미없는 것과 경영자의 자기 만족에 불과한 것, 자원낭비가 일어나는 것과 일어나는 곳, 조직문화를 해치는 것, 조직의 사명과 사회 윤리에 어긋나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회사중심의 사고와 구성원을 무시하는 것 등이 있다.

필자는 여섯 명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 연초에 폐기경영에서 제시하는 '폐기 리스트'를 중심으로 '우리가 무엇을 폐기해야할지?'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낡은 것과 과거의 유물에 해당하는 '호칭과 직위로 부르는 것'을 폐기하고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호칭을 바꾸는 것만으로 더 편안하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만들었다(필자의 생각일 수 있으나 우리는 원래 수평적이긴 하다). 폐기리스트로 대화를 하다보니 한 가지 현상에 대해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발견하고, 리더로서 추가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을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합의와 공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폐기를 중심으로 한 대화를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서로 간의 오해나 장벽을 걷어내고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제학박사

징기스칸의 제갈공명이라고 칭해졌던 야율초재는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무언가가 잘 되지 않는다면 1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 다시 결정하기 바란다. 무엇을 폐기해야 하는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