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현철 사회부 기자

26일 경남 밀양세종병원 화재현장을 찾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18.01.26. (사진=경남신문 제공) /뉴시스

지난 26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밀양 화재 현장을 찾았다가 한 시민으로부터 "불난 곳에 정치하러 왔냐"는 쓴소리를 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쇼(Show)통에만 혈안이 돼있는 문재인 정권", "정치보복에 혈안이 된 무능한 정권"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 내각 총사퇴를 외쳤다. 그러자 시민들은 "불난 곳에 정치하러 왔느냐", "불난 곳에서 적폐청산 얘기를 하는 것이냐."며 꼬집었다.

앞서 지난 4일 김 원내대표는 당직자들과 함께 제천 화재현장을 찾아 '제천 화재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던중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김 원내대표를 향해 질문을 던지면서 예상치 못한 설전이 벌어졌던 적도 있다.

시민은 기자회견을 벌이던 자유한국당 당원들을 향해 "지난 9년동안 재난 대비를 위해 무얼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원내대표는 "지금의 문제를 말씀하십시오. 지금의 문제를."이라고 답했다. 이에 시민은 "재난 대비는 꾸준하게 오는 거다. 지금 때문에 되는 게 아니고."라며 지적했지만 그는 "지금의 문제를 지적하시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참사의 진상규명을 밝히러 왔다는 야당의 원내대표가 뱉은 답변이라기엔 참으로 낯 부끄러운 항변이 아닐 수 없다.

연현철 사회부 기자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을 방문해 대책 요구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일 수 있겠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당일 현장으로 한걸음에 달려와 '적폐',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먼저 꺼내야만 했을까. 김 원내대표는 소리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등 돌려 자리를 떠났다. 네티즌 다수는 그가 보여준 소통이야말로 쇼(Show)통이라며 새해들어 '혼수성태'라는 별명을 얻은 그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의 문제에 대해서만 말하라"고 말했다. 이에 걸맞게 국민은 "불난 곳에 정치하러 왔느냐"고 물었으니 이제는 김 원내대표가 국민에게 성의껏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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