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하소동 르포] 호황은 옛말 상권 붕괴손님 끊겨 이전·폐업도...일시적 지원 체감 못해

제천 화재 참사 이후 하소동 일대는 손님 발길이 끊긴데다 한파까지 몰아쳐 썰렁하기만 하다. / 서병철 제천

[중부매일 서병철 기자] "불이 나기 전에는 그럭저럭 입에 풀칠 할 정도로 손님이 있었는데. 요즘은 가뭄에 콩나듯 한두명씩 들어오고 아예 마수걸이도 못하고 문닫을 때도 있어요."

29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제천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스파(스포츠센터)'화재가 발생한지 37일째 되는 28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건물 주변에서 꼭지네해장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애정(여·48)씨는 "우리 가게 뿐만 아니라 하소동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이 씨는 "예전에는 출근하는 사람, 해장을 하려는 손님을 받으려고 아침 7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요새는 손님이 없어 10시에 문을 연다"며 "연말에 단체 예약한 손님들도 전부 취소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21일 불이 나기 이전까지 하소동 일대는 그야말로 떠오르는 신흥상권이었다.

화재가 난 건물 주변으로 2곳의 대형마트를 비롯해 술집과 노래방, 식당, 유흥업소들이 호황을 누렸다.

제천 화재 참사 이후 하소동 일대는 손님 발길이 끊긴데다 한파까지 몰아쳐 썰렁하기만 하다. / 서병철 제천

대형 아파트도 운집해 시내보다 오히려 장사가 훨씬 잘된 곳이었다.

하지만 불이 난지 한달이 훨씬 지났음에도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만 펄럭이며, 거리가 을씨년스럽다.

며칠전부터 영하 20도를 웃도는 한파까지 몰아쳐 지나는 행인 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새까맣게 그을려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스포츠센터 건물이 그대로 방치된 것도 장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인들은 "하소동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새까맣게 그을렸는 데, 누가 그 근처를 가겠느냐"며 "사방팔방에서 흉물스러운 모습이 다 보이는데, 건물 외벽에 가림막이라도 설치해 줘야 먹고 살것 아니냐"고 하소연 했다.

대부분이 전·월세 세입자인 이들은 가게세 걱정으로 수심이 가득하다.

화재건물주변 상가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 서병철 제천

손님이 끊기자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가게도 있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공무원들에게 점심식사나 회식 시 하소동 지역의 음식점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도 설 명절 전통시장장보기 행사를 '제천전통시장'과 병행해 실시할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그러나 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상인들은 '일시적 생색내기식'이 아닌 하소동 상권살리기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 및 충북도, 제천시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모(56·제천시 하소동)씨는 "기관단체들이 나서 장보기 행사와 행정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상인들과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당장 먹고 살 수 있는 방안이 아쉬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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