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30일 청주대학교 본관 청석홀에서 열린 '청주대학교지부 단체협약 실패에 따른 조합원 총회 및 파업 찬반 투표'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박용기 지부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신동빈

민족사학 70년, 청주대학교가 공멸(共滅)의 길을 가려하고 있다. 청주대 노조가 교육부의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구조개혁평가)을 앞두고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인 학교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 파업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4년 연속 재정지원제한 대학 지정으로 학교의 존폐마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분규대학'이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쓰고 함께 망하자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또한 몇 년 동안 이어진 학내분규로 고통 받아온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배만 부르면 된다는 심보이고, 학교를 살려보겠다고 대화합을 선언한 구성원들의 의지를 단칼에 베어버리는 것이다. 파업 이유는 학교와 노조와의 단체교섭 실패인데,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히다. 올해 새로운 협상카드로 들고 나온 '유니온 숍'(Union Shop)은 학교 측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것으로 그 저의(底意)가 의심된다.

유니온 숍의 사전적 의미는 취업 후에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게 되는 제도다. 즉 새로 채용되는 근로자를 노동조합원으로 조직화하고 기존 조합원이 조합으로부터 탈퇴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체결되는 협정이다. 만일 유니언 숍에 의해 채용된 노동자가 일정기간 내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동조합으로부터의 제명 또는 탈퇴 등으로 인해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면 학교에서 자동적으로 해고당한다. 노동자의 일괄가입을 통해 직장독점을 꾀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지배하기 위한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것이 자유로운 '오픈 숍'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청주대 노조 측은 인사·경영권 침해 등 유니온 숍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협상테이블에 올렸다.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코앞에 둔 학교 측을 압박해 무엇을 얻어내려는 것인지 그 속내가 자못 궁금하다. 또 인사위원회 구성도 조합이 선임한 5명을 포함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특히 조합원 승진소요 연수를 9급부터 6급까지는 각 3년씩, 6급 이상은 4년으로 자동승진을 요구했다. 지난해에 이어 근속승진제도 또 거론했다. 상위직급 외부 인사 채용 시 노조와 사전에 '합의'해야 하고 사전합의 되지 않은 채용은 무효로 한다는 조항도 제시했다. 직원징계위원회 구성도 조합이 선임한 4명과 학교법인이 선임한 4명을 포함해 8명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놨다.

학교 측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노사 조정위원들도 유니온 숍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조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독소조항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대는 말 그대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학교를 벼랑 끝으로 내몬 책임에서 경영진은 물론 구성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하지만 폐교의 잔혹사를 쓰고 있는 대학이 계속된 절박한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을 탓하며 임금협약 쟁취를 위한 파업을 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올해 권역별로 시행되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경쟁대학인 서원대는 지난 26일 발전기금 2천500만원 학교에 기탁한 것으로 알려져 파업을 준비 중인 청주대 노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주대 전 구성원은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역량을 결집해 학교 살리기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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