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진천화훼농가 가보니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난방비를 아껴보려고 비닐하우스 내부온도를 일부러 16℃로 낮췄어요. 16℃로 하면 전기세(난방비)가 300만원인데 20℃로 하면 500만원이 나오거든요. 작황은 아무래도 안 좋아지지만 난방비 부담에 어쩔 수가 없어요."
연일 최강 한파로 온종일 영하권을 보인 지난 7일, 국내 3대 화훼단지로 꼽히는 진천화훼단지도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충북 진천군에서 20년째 장미농사를 짓고 있는 김정균씨는 올해 유난히 추운 겨울이 야속하기만 하다. 장미는 온도에 예민해 통상 20℃ 이상에서 재배를 해야 하지만 김씨의 920평(3천36㎡) 비닐하우스 내부온도는 16℃다.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나마 시설개선으로 전기로 전환했지만 하루종일 난방을 가동하다 보니 금전적 부담이 적지 않다.
"1~2월에는 전기세가 더 나오겠죠. 졸업시즌 대목은 있지만 출하를 일부 포기했어요."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실내온도를 낮추면서 꽃이 늦게 피어 졸업식 특수 출하시기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비닐하우스 안과 밖 온도차가 40℃ 가까이 나면서 수확량도 시원치 않다. 난방비 부담에 인건비 부담까지 커져 김씨는 올해부터 혼자서 재배부터 출하, 관리를 껴안고 있다.
인근의 이월면에서 3천500평(1만1천550㎡) 규모로 장미농사를 짓고 있는 전흥수 전 진천꽃수출영농조합법인 회장은 난방비(전기세)로 한달에 2천만원을 내고 있다. 여름에는 전기요금이 0원이었지만 10월 300만원, 11월 700만원, 12월 2천만원을 납부했다. 1~2월 전기요금은 2천만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미는 온도에 예민하고 토양ph가 20이어야 해요. 한번 절단나면 회복도 늦고."
전씨의 장미비닐하우스에는 천장에 100㎝ 간격으로 발열등이 촘촘히 설치돼있어 하루종일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준다. 낮에는 햇빛을 받아 내부온도가 30℃까지 오른다. 전씨는 2014년 총 26억원(진천군 50% 지원)을 들여 시설개선을 해 그나마 난방비 부담을 줄인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도 늘었다. 외국인근로자 8명을 고용해 가공작업을 맡기는데 이달 인건비로만 150만원 가량이 더 나갔다.
"한국사람은 궂은 일 안하려고 하니까."
난방비와 인건비 부담뿐 아니라 수입산 장미의 공세도 화훼농가들의 걱정거리다. 전씨는 이달 졸업시즌 '특수'를 기대하면서도 이달 수입산 장미가 얼마나 들어올지 걱정이 크다. 수입물량에 따라 국내꽃값이 좌지우지되는데다가 유찰되면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이 졸업식 특수인데 꽃을 베트남 등 곳곳에서 수입해오니까 우리(화훼농가)는 한해 농사 잘 짓고도 제값도 못받고 손해를 입어요. 작년과 재작년에는 수입을 많이 해와서 경제적 타격이 컸어요."
올해 장미 한 송이 납품가격은 1천200~2천500원, 소매가격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국내 3대 화훼단지로 꼽히는 진천화훼단지에는 2만평 부지에 20농가가 장미 등 꽃농사를 짓고 있다. 몇년새 30농가에서 20농가로 줄었고 재배면적도 10% 가량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