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순직 인정 '공무원재해보상법' 가결

2017년 7월 16일 기록적인 폭우로 사직동의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치매를 앓고 있는 83세 어머니와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을 홀로 보살피면서도 누구보다 공무(公務)에 열심이던 사람. 충북도로관리사업소 도로관리팀 소속 무기계약직 도로보수원 고 박종철(51) 씨 얘기다.

지난해 7월16일 청주시를 물바다로 만들었던 최악의 수혜 당시 장대비를 맞으며 오창읍 오창사거리에서 폭우로 파손된 도로 보수작업을 마친 뒤 갑자기 쓰러져 숨진 박 씨가 결국 공무상 순직을 인정받게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0일 저녁 박 씨의 순직을 인정하는 '공무원재해보상법(제정법)'을 통과 시켰다. 행안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등이 남아있지만 해당 상임위 소위 결정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극히 적어 박 씨의 순직 처리 법은 사실상 국회를 통과한 셈이다.

박 씨는 지난해 청주에 장대비가 퍼붓던 날 비상소집령을 받고 출근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과 내수면에서 "배수로를 뚫어달라, 차도에 물이 찼다"는 신고가 빗발친 때문이다.

아침밥도 챙겨먹지 못한 그는 동료 3명과 함께 오전 7시10분부터 막힌 오창읍 공항대교로 곧바로 이동해 배수구를 뚫었고, 이어 오전 8시쯤 오창읍 지하차도로 향해 침수된 곳을 정리한 뒤 30분 뒤엔 내수읍 묵방 지하차도 배수 작업에 나섰다. 이 때 청주엔 시간당 9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던 중이었고, 계속된 배수작업으로 기진맥진해진 박 씨는 점심까지 거른 채 오후 8시가 넘어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차량 안에서 젖은 옷을 갈아 입고 비상대기중이던 박 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다. 박씨는 동료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급하게 옮겨졌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병원측은 당시 박 씨의 직접 사인을 심근경색으로 진단했다.

이 처럼 박 씨는 장대비 속에 도로보수 작업을 하다 숨졌지만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해 왔다. 무기계약직 공무원은 정년은 보장되지만, 공무원연금법 적용을 받는 완전한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공무원연금법 등에는 '공무원이 재난·재해현장에 투입돼 인명구조·진화·수방 또는 구난 행위 중에 사망하면 순직 공무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순직 공무원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유공자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박 씨의 순직 인정을 위해 충북도 공무원들이 그간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결국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가 박 씨의 공무상 순직을 인정하는 제정법안이 가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충북에는 박 씨와 같은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직원이 각각 215명, 424명이나 된다. 박 씨의 순직 인정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당시 목숨을 잃은 기간제 교사 2명에 대해 순직 처리토록 관련 부처에 지시했고, 결국 순직이 인정된 바 있다. 박 씨의 어머니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며 중학교 3학년 딸은 법정 후견인인 작은아버지가 돌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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