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접근 못해 '민간장비'가 8층 난간 인명구조
수평장치 미작동·대원 조작미숙·점검상태 논란
5억5천만원 추경요청… 특수장비 교육·인력 '우선'

2017년 12월 21일 오후 4시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 도착한 제천소방서 굴절 사다리차가 구조작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2017.12.21. / 뉴시스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소방당국이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조작 미숙 논란이 제기된 굴절사다리차가 노후됐다며 신형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적절한 대안이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충북도 추경예산 편성 때 굴절 사다리차(27m) 교체 예산 5억 5천만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제천소방서에 배치된 굴절사다리차는 지난 2006년 11월 배치돼 올해로 11년이 넘었다. 소방당국은 사용연한이 12년인 점을 감안해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굴절사다리차의 신형 교체보다 기기 조작에 대한 대원들의 교육과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제천 화재 참사 당시 민간에서 운영한 사다리차는 3명의 목숨을 구한 데 반해 소방에서 운영한 사다리차는 1명의 목숨을 구하는 데 그쳐 소방당국이 과연 제구실을 했냐는 질타가 나왔다.

특히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굴절사다리차를 전개해 건물 테라스에서 구조를 요청했던 시민을 향해 4차례 접근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8층 요구조자 3명은 민간사다리차가 구조했고, 구조대원들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4층에 있던 요구조자 1명을 구조하는 데 그쳤다.

제천 참사 소방합동조사단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지난 1월 11일 실시된 제천 화재 조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굴절 사다리차 바스켓이 균형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합조단은 또 사고 당일 굴절 사다리차 자동 수평장치는 작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방합동력사단은 "사다리 끝에 달린 바스킷은 각도를 자동으로 감지해 수평이 만들어 지는 시스템"이며 "보정 스위치를 통해 오류가 날 경우에도 수동 작동을 통해 수평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사다리차에 원인미상의 시스템 이상이 발생했다"면서 "당시 사다리차를 조작하던 소방관이 경력이 4개월밖에 되지 않아 경험과 훈련이 부족해 당일 굴절차 조작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방대원이 굴절 사다리차의 각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거나 평소 점검을 게을리 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조사단의 발표가 있은지 열흘 뒤인 1월 22일 도 소방본부는 제천 화재 참사를 계기로 충북 소방관들의 근무시스템 전면 개편을 발표했다.

도내 소방관들은 개편된 근무 일과표에 따라 주간 근무 중 사다리차 등 특수장비 조작 1시간과 소방 전술·인명구조·응급 처치 2시간 등 총 3시간 훈련을 받는다.

이번 개편은 도내 12개 소방서와 51개 119안전센터 및 구조대에 근무하는 1천200여 명의 소방대원들에 적용된다.

하지만 특수장비 조작시간에 대한 훈련이 짧고 긴박한 현장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일선 소방서에서 이뤄지는 특수차량에 대한 교육은 담당 근무자의 설명에 그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내 일선 소방서에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특수장비를 조작하는 직원이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워 대체 근무를 할 때가 가장 걱정된다"면서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이 힘들어도 특수장비가 아닌 다른 근무를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장비 차량이 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출동할 경우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방관은 "차라리 사다리차 전문 특채를 뽑거나 소방학교에서 특수차량 전문가를 초빙해 실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일반 화재·구급대원이 대체근무로 들어가는 것은 폭탄 돌리기나 다름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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