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1년 15시간 받아야 현실은 시수 안 지키고 허술
고등학교 입시 핑계 자습 강행… 도교육청 관리·감독 필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6 오후 서울 종로구 세컨드뮤지엄에서 열린 '초등학교 성평등 교육 확산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초등교육 현장에서 성평등 교육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성평등 교육 확산을 위한 여성가족부의 정책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2018.02.06. / 뉴시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충북도내 A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에 진학한 B(18)양은 고교시절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기억이 없다. 고교 1,2학년 때는 외부강사를 초청해 학기당 1회 1시간씩, 연 2회 2시간 정도 교실에서 성교육을 받았다. 3학년 때는 수능 끝난 뒤 3학년 전체 학생이 모여 강당에서 외부강사로부터 1시간 정도 PPT를 활용한 성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다.

#최근 제자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청주 한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C양은 "보건교사와 외부강사로부터 성교육을 받았으며 보건교사는 피임이론 등에 대해 알려줬고 외부강사는 영상을 틀어줬다"며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1년에 5~6시간 성교육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의 한 여고를 졸업한 C(18)양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끝나고 할 일 없을 때 하는 것이 성교육"이라며 "교육내용도 동영상을 틀어주는 수준으로 보는 학생이 거의 없었고, 일반 수업시간 때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초·중·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내 일선학교의 성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있으나마나' 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청주 한 여자고등학교 예체능 강사의 제자 성추행 피해 사례가 폭로되면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충북도교육청의 '2017년 학교 성교육 지침'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연 15시간의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중학생은 학년별 17시간을, 고등학생은 1,2학년은 16시간, 3학년은 15시간의 성교육을 해야한다. 도내 모든 초·중·고에서 1년에 15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중·고학생은 15시간의 성교육안에 성매매 예방교육을 1시간, 성폭력 예방교육을 3시간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성교육은 학생 발달특성을 고려한 관련교과 연계·체계적으로 하라고, 교육부의 개발자료 '학교성교육표준안'을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성교육 시수 확보는 관련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일선학교의 성교육은 도교육청의 지침과는 별개로 허술한 교육내용과 시수도 안 지켜지고 '시간 때우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교육시간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자습시간으로 대체하고 있다. 성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은 대학입시라는 압박감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학교 측에서 노골적으로 '수능 자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초·중학교의 성교육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성 관련 비디오를 틀어주거나 담당교사의 간단한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성희롱과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재검토해 내년 상반기 피해자 인권보장, 양성평등 등을 반영한 개편안을 보급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성교육 표준안은 성교육을 위한 교과서가 없고, 현장에서 성교육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자 연령대별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개발한 교육부의 '성교육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두고 일선학교에서는 현재 성교육 의무화 시수도 안 지켜지고 있는데 가인드라인이 제대로 활용되겠냐는 반응이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에서 성교육 시간을 따로 마련해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밀도 있는 수업 진행과 이에 따른 도교육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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