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을 바라보는 나이에 25년이나 살던 단독주택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하려니까 버릴 것이 많았다.
 헌집에서 새집으로 가니 얼마나 좋으냐며 주위의 축하 인사가 많지만 아내가 겨울에 너무 춥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사하는 나로서는 별로였다.
 평생 복잡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나는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그 작은 소망은 들어내 보이지도 못하고 아내가 하자는 대로 끌려서 아파트로 가게 된 거였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사를 참 많이 했다. 꼭 20회 이사를 했으니 보통 1년 내지 2년만큼 이사를 한 셈이다. 내 소유의 집이 없는데다 직장의 변동이 많은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다 먼저 살던 집은 내 소유여서 25년을 눌러 살았고, 그러다보니 그 전과는 달리 정(情)이 든 것이 많았다.
 정이란 있을 때는 좋지만 떼어 버릴 때는 고통스러운 것임을 실감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책과의 정이 많아서 책을 버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내는 이사를 확정한 다음부터 이사 갈 아파트에 나의 책을 모두 가져갈 수 없으니 어떤 조치를 하라고 닦달했다. 어쩌다 보니 가지고 있는 책이 큰 책장 7개와 쌓아 둔 책이 10박스는 되었다.
 먼저 버릴 것을 선별하여야 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서 수없이 망설이게 되었다. 앞으로 소용가치가 있느냐에 기준을 두었지만 정(情)이 자꾸 방해를 했다. 우선 별로 쓸모없는 것 두 리어카 정도는 고물 수집하는 분에게 주었다.
 그리고 16년 고이 모아 둔 나의 동화 등단 문학지 릫월간문학릮을 새로 생긴 도서관에 기증하고, 순수문학지는 뒤늦게 문학공부를 하는 분에게 기증하고, 사 놓고 보지도 않은 두툼한 전질 류는 잘 아는 젊은이에게 기증하였다.
 그렇게 버리고도 버리긴 버려야 되겠는데 그냥 버리긴 아까운 책이 많았다. 나는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 소형 책장을 설치하고 거기에 책을 진열한 다음 필요한 분이 가져가게 안내문을 설치했다.
 의외로 호응효과가 좋아서 버리느라 아픈 마음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다.
 인생 황혼에는 버릴 것이 많은데 어떻게 버리느냐가 문제다.
/ 문화유산 해설사 김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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