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거울을 몇 번이나 볼까? 이에 대해 어느 조사기관에서 한국 여성을 상대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한다. 조사의 이유나 대상의 연령·계층 등 자세한 내용은 잊었지만, 한국 여성이 하루 평균 20번 가까이 거울을 본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조사 발표를 보면서 "허, 참! 여자들은 하루 종일 거울만 보고 사나?" 역시 여자들이 외모에 관심이 많긴 많구먼! 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하루에 거울을 몇 번이나 보나? 하고 되물었던 생각이 난다.
 아침 칫솔질을 준비하며 한 번, 칫솔질을 하며 한참동안, 머리를 빗으며 또 한 번, 하루를 지내며 화장실에 들를 때마다 한 번씩이니까 대개 6~7번. 벌써 10번이다! 또 있나? 있다. 거울처럼 생기거나 거울의 기능을 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모습을 훑어 보게 마련이 아닌가? 예를 들어 거리를 가며 가게 유리창에 힐끔 힐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를 훔쳐 본다는 사실이다(이때 열이면 열, 가능하면 뒷 모습까지 비춰 본다). 물론 교구청 유리 현관 문을 들어 올 때마다 그 잘난(?) 꼴을 눈여겨 보고... 이리 저리 따지면 남녀를 불문하고 하루 20번 정도 거울보기를 한다는 것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무엇때문에 그리도 거울보기를 하는가? 자꾸 본다고 못난 얼굴이 잘난 얼굴로 바뀔 턱도 없고, 그렇다고 잘난 얼굴이 못난 얼굴로 변할 리도 없는데 말이다. 거울 앞에서 오래 앉아 죽자고 다듬고 손질해 보았자 시체(時體)말로 그 얼굴에 햇살 일 텐데 말이다. 우리가 거울을 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얼굴이 더럽지는 않은가, 머리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나, 옷 매무새가 바른가 하는 것들을 살피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남에게 깨끗하고 단정하게 잘 보이고자 한다는 것이 거울을 보는 이유다.
 거울보기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이 외모에는 그렇게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비해(요즘 성형외과 고객에는 남자들도 많단다), 그 내면의 모습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민을 하는가 하고 말이다. 다시 말해 하루를 살며 자신의 내면, 곧 마음의 모습을 얼마나 자주 살펴 보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하루 몇 번이나 마음을 어디에 비춰 보는가? 사실 사람의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잘 생겼고 좋은 옷을 말끔히 걸쳤다 해도, 마음이 뒤틀려 있거나 엉클어져 있으면 모든 것이 다 소용이 없다. 거울을 보자. 거울을 잘 보자.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까지 비춰 보자!!! 만약 우리가 하루에 20번 가까이 스스로의 마음을 살핀다면 개인의 성숙은 물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거울도 안 보는 여자는 아무래도 곤란해 보인다. 아주 못 생겨서 포기한(???) 여인이거나, 아니면 자기 잘난 맛에 안하무인격의 콧대 높은 여인일테니 말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마태복음 5장 8절)
/ 천주교 청주교구 사무처장 이 현 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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