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말티를 넘어 상판리 길목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제103호)은 국립공원 속리산의 수문장이다. 송이버섯 모양의 삼각형 구도를 갖추고 있는 이 소나무는 동·식물로는 유일하게 장관 대접을 받고 있다.
 조카인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여러 번민에 휩싸인다. 하루는 세조가 꿈을 꾸는데 단종의 어머니가 나타나 세조의 얼굴에 침을 뱉았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세조의 얼굴에는 병명을 알 수 없는 부스럼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부스럼이 온 몸으로 퍼져 견딜 수 없게 되자 세조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공기와 물이 맑은 속리산으로 행차를 하였다.
 구절양장, 말티를 넘어 속리산 깊은 골로 향하는데 난데없이 큰 소나무가 임금의 연(輦)을 가로 막았다. 세조가 ‘나무가지에 연 걸린다’고 말하자 땅바닥까지 내려오던 소나무는 가지를 사뿐히 올려 연을 지나가게 했다.
 세조는 이를 기특하게 여겨 나무에게 6조판서에 해당하는 정이품(正二品)의 벼슬을 내렸고 그로부터 이 소나무를 ‘정이품송’이라 부르고 있다. 정이품송은 연송(輦松), 또는 ‘연걸이 소나무’라고도 불린다. 임금의 연이 나무가지에 걸릴뻔 했다는 유래에서 나온 말이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전설적인 내용이지 실증적인 사실은 아닌것 같다. 과학적인 시각에서 보면 어떻게 소나무가 임금의 연을 알아보고 팔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말인가. 아마도 이 현상은 착시 현상에서 비롯된 것 같다. 멀리서 소나무를 보면 가지가 땅에 닿아있는것 같아도 가까이 가면 땅에서 한창 떨어져 있는 법이다. 이는 수평선과 지평선을 바라보는 이치와 같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이 소나무는 장관급에 걸맞게 관리비가 장관 월급과 맞먹는다고 한다. 솔잎 혹파리 방제, 수간주사 등 나무를 돌보는 비용이 솔찮게 들어가는 것이다.
 보은에는 정이품송과 더불어 또다른 천연기념물 소나무가 있다. 그하나는 정이품송의 정부인(貞夫人)으로 전해지는 ‘서원리 소나무’이고 또하나는 어암리에 있는 흰 소나무 백송(白松)이다.
 정이품송과 서원리 소나무는 높이가 15m로 같은 키이고 수령도 600년으로 비슷하다. 정이품송이 숫 소나무의 모양인데 비해 서원리 소나무는 지상 70㎝ 부분에서 두가지로 벌어지는, 암 소나무의 형상으로 그야말로 찰떡 궁합이다.
 희귀한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 보은에서는 이를 모티브로 삼아 ‘소나무 테마숲’을 가꾸기로 했다. 내속리면 상판리 일대에 전국의 유명 소나무를 망라하여 자연학습과 휴식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정이품송과 서원리 소나무간 5㎞구간에 소나무 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소나무는 지조있는 선비의 표상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한 겨울에는 눈 덮힌 산에서도 홀로 푸르름을 잃지 않으니 조선 소나무의 기상과 자연의 고마움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와 장소가 제공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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