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대머리인 사람은 겨울을 싫어한다. 추위를 더 타기 때문이다. ‘대머리’, 참 알쏭달쏭한 말이다. 머리가 벗겨진다고 해서 머리 자체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 자가 붙어 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 조금은 골치가 아픈 단어다. 물론 ‘대’자는 한자 ‘큰 대’(大) 자는 아니다. 중세문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7세기 문헌인 ‘역어유해’에 ‘민머리’라는 말이 보인다. 머리카락이 빠진 머리라는 뜻이다. 언뜻 이해가 안가면 ‘민둥산’, ‘민낯’ 등을 생각하면 된다. 벌거벗은 산, 화장기 없는 얼굴이라는 뜻이다.
 학자들은 이 ‘민대머리’에서 오늘날의 ‘대머리’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대’ 자가 ‘민둥’ 의미로 쓰인 예는 섬지방에서 발견되고 있다. 섬사람들은 지금도 무인도를 ‘대섬’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민머리는 완전히 사멸된 언어는 아니다. 그러나 뜻이 다른 방향으로 변했다. 가령 “그 사람 민머리야” 하면 실업자 상태를 의미한다. 옛날로 치면 감투를 쓰지 못한 것과 같다.
 참고로 우리말에는 머리상태를 나타내는 언어가 의외로 발달해 있다. 언뜻 생각해도 상고머리, 두께머리 등이 떠오른다. 상고머리는 앞ㆍ뒷머리를 치켜올려 치고, 윗머리는 평평하게 깍은 머리를 말한다. 지금의 중년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이런 머리를 하고 다녔다.
 두께머리는 머리털을 층이 지게 깍은 경우를 말한다. 개그맨 김형곤씨가 이 머리를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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