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시민기자가 바라보는 세상풍경
김정호 시민기자 (청주시 상당구 명암로)

오소리 연밤이가 처음 청주동물원에 들어온 날. 

연밤이는 동물원 오소리다. 새끼때 발견된 오소리는 카페주인댁 뒷뜰의 밤맛나는 연꽃열매가 이름이 됐다. 발견 당시 카페주인은 혹시 어미가 데려갈까 나무뒤에 숨어 한시간을 관찰했지만 끝내 어미가 나타나지 않았고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집에 데려왔다고 한다. 데려온 연밤이의 온몸에는 진드기가 중감염 돼 있어 카페주인은 동물병원에서 약을 사다 발라주고 집과 카페를 오가며 극진히 돌봤다고 한다. 얼마후 같은 이유로 거둔 새끼 고양이 한마리와 연밤이의 카페에서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됐다.

4월 어느 날 오후 한적한 청주동물원 평일의 풍경 .

새끼 연밤이의 몸집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고 성성숙이 지난 수컷 오소리의 야생성을 주인과 고양이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인간은 농경을 시작하며 정착을 하였고 주변의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만들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고 소수의 성공이 우리가 잘 아는 개나 소같은 가축들이다. 연밤이는 길들일 수는 있지만 야생동물의 본성을 지니고 있고 자랄수록 주인의 발과 고양이를 사냥놀이의 대상으로 여겼을 것이다. 여러 이유로 관련법에서도 야생동물은 허가받지 않은 개인이 기를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사람에게 익숙해진 연밤이는 카페에 살기도 자연으로 돌아 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됐고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를 거쳐 결국 청주동물원으로 오게 됐다.

새끼때 연밤이를 처음 발견한 카페 주인과의 재회. 

청주동물원은 연밤이처럼 전국에서 구조후 방사가 불가한 야생동물을 데려오고 있다. 부리가 비뚤어져 굶어죽기 직전에 발견된 독수리, 올가미에 다리를 잃은 삵, 창문에 날개를 다쳐 사냥을 위한 비행이 불가능한 황조롱이 등이 있다. 우리가 잘 몰랐을뿐 모두 우리 가까이서 함께 살고 있는 토종 야생동물들이다. 이런 영구장애 야생동물들은 동물원의 보호아래 삶을 이어 갈 수 있고 동물원도 멀쩡한 국내외의 야생동물을 가두어 자연을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방문객대상 동물설명에 있어 영구장애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는 정상적인 동물들보다 오히려 반응이 좋다. 이렇듯 동물과 사람의 공존이 지속가능한 방향성이고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만든다.

봄이 된 동물원에는 독수리가 둥지에 쓸 가지를 물어가고 오소리 연밤이는 두터운 겨울옷을 벗고 슬림핏이 됐다. 주변 식물들도 연두색잎을 내밀고 꽃으로 벌들을 불러 모은다. 이 봄 어디라도 좋지만 생의 기운이 넘치는 동물원은 좀 더 특별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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