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전성기'… 학생수 감소 못 버티고 '역사속으로'

충주 교현동에 위치한 충주화교소학교, 교훈 '여의와 염치'가 새겨진 건물 입구. /김명년 
충주 교현동에 위치한 충주화교소학교, 교훈 '여의와 염치'가 새겨진 건물 입구. /김명년 

[중부매일 이지효·김명년 기자] 충주에 정착한 중국 화교들이 다녔던 교육시설인 충주화교소학교. 교현동에 위치한 충주화교소학교는 1950년대부터 2017년 쯤 까지 운영됐다.

1940년대에서 1950년대는 충주에 화교수가 많아서 수안보에서 충주시내에 있는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한때는 100명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화교수가 점점 줄어들고 귀화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한국 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2009년에 2명, 그 이후로 4명 정도의 학생만이 다니며 명맥을 유지하다가 문을 닫게 됐다.

충주에 화교소학교가 생긴 배경은 무엇일까. 충주에 정착한 화교들은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건물 창고에 학생들을 모아 교육하기 시작했다.

충북 충주시 교현동 화교소학교는 1950년대부터 2017년까지 운영됐다. 화교수가 점점 줄어들고 귀화하는 사람이 늘어나 한국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김명년 
충북 충주시 교현동 화교소학교는 1950년대부터 2017년까지 운영됐다. 화교수가 점점 줄어들고 귀화하는 사람이 늘어나 한국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김명년 

1950년대만 해도 학생수가 너무 많아 창고에서 수업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포화상태였다.

이에 전국 화교협회에 상황을 알려 모금하고 화교들 중 땅을 기증해 충주화교소학교가 탄생하게 됐다.

중국어를 메인으로 수업하는 국제학교이다보니 한국 학생들도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중국에 가지 않고도 중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충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손만래(53·충주화교협회 회장) 원장도 충주화교소학교 출신이다.

손 원장은 "제가 다닐때만해도 40명에서 50명의 학생들이 있었지만 졸업할 때는 20여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충주에 있는 화교들은 대부분 대만 국적으로 9년 교육의 대만교육제도를 도입해 교육과정을 진행했고 했다.

화교소학교는 우리나라처럼 봄 학기 시작이 아닌 가을학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정규 교과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 진학 시 대만으로 진학해야 하거나 한국 대학으로 진학시에는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충주소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서울, 인천, 대구, 부산, 원주 등에서는 아직 화교소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굳게 잠긴 충주화교소학교./ 김명년
굳게 잠긴 충주화교소학교./ 김명년

손 원장은 "이제 화교들도 3세대까지 내려오다 보니 한국 학교로 진학하는 사례가 많아 화교소학교에 다니는 학생수가 점점 줄어 문을 닫게 됐다"며 "마지막 학생들이 졸업한 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문이 닫혀 있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의 교장을 역임하고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수신 원장도 "우리 아이들이 5~6년 전 학교를 졸업했는데 마지막 졸업생이 됐다"며 번성했던 한때를 회상했다.

이 원장은 "이제 학생들도 없고 문은 닫았지만 혹시나 이 학교를 올 학생들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학교 허가를 없애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에 방치된 놀이시설. /김명년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에 방치된 놀이시설. /김명년

하지만 학생들도 없고 관리가 되지 않아 현재는 운동장에 잡초만 무성해졌다. 운동장에 있는 미끄럼틀과 놀이기구들이 1m가 넘게 자란 잡초에 파묻혀 제 기능을 잃은채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학교 문은 닫혔지만 학교 건물에 써있는 교훈은 뚜렷이 보였다. '예의(禮儀)와 염치(廉恥)'다.

예의(禮儀)는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해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을 의미하고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어려웠던 때를 잊지 말자는 뜻의 '무망재거' 글씨가 새겨져 있다.
어려웠던 때를 잊지 말자는 뜻의 '무망재거' 글씨가 새겨져 있다.

또 건물 벽에는 '무망재거'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어려웠던 때를 잊지 말자'는 뜻이란다. 제나라 환공에게 재상 관중이 '거 땅으로 쫓겨가 고생했던 일을 잊지 말고 올바른 정치를 하라'고 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예의와 염치를 알고 항상 어려울 때를 생각하자는 뜻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았다.

문은 닫았지만 아직 학생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학교 교사는 남아있지만 이곳의 활용방안이 과제로 남았다.

손 원장은 "학교는 충주화교협회 공유재산으로 관리중인데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협회 회원분들과 이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에 방치된 놀이시설. /김명년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에 방치된 놀이시설. /김명년

이 원장은 "화교들의 교육시설이니만큼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활용 방안을 같이 고민해보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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