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서장 집무실 압수수색… 주도권 쥐고 지휘부 타격

청주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24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규명을 위해 청주흥덕경찰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신동빈
청주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24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규명을 위해 청주흥덕경찰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검찰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애초 합동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의 상황이 곤궁해졌다.

배용원 청주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검찰 수사본부는 24일 충북경찰청과 청주흥덕경찰서 등 5개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경찰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는 참여하지 않았다.

청주청원경찰서에 둥지를 튼 합수본에는 138명의 수사인력이 투입됐다. 하지만 지난 20일 현장감식 이후 수사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속도있는 수사로 주도권까지 뺏겼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주요 증거를 확보한 만큼 주요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내용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수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영역 논란에 대해 "(수사영역은) 경찰과 검찰이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빠른 시간 안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합수본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에 들어간 범죄사실과 경찰 합수본이 수사하는 내용이 동일한지 확인해서, 앞으로 수사방향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규명 수사에서 주도권을 쥔 검찰은 압수수색 당일 보란 듯이 경찰 지휘부 라인을 타격했다.

이날 압수수색에 나선 검사들과 수사관들은 가장 먼저 경찰 지휘라인 집무실을 조사했다. 경무관인 정희영 청주흥덕경찰서장의 집무실이 그 대상이다. 40여 분 가량 진행된 압수수색에서는 경찰의 보고체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관들에 대한 수사를 마친 이후에는 충북청 112상황실, 흥덕서 112상황실, 경비작전계 등을 차례로 조사했다. 

종일 이어진 수사로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압수수색 현장을 찾은 민관기 전국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때는 뒷짐 지고 있던 검찰이 이번 사건은 수사한다고 난리"라며 "국가와 지자체가 재난 참사의 책임을 현장 경찰관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으로 국민들을 현혹, 경찰을 희생양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현장경찰만 옥죄는 것이 사고 진상규명에 어떤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대민부서 기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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