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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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에 들어가면 부처님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신비스러운 존재여서 눈을 맞추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서다. 그런데 지금은 자꾸만 힐끔거리고 있다. 둥그런 눈썹, 살짝 다물고 있는 작은 입술, 반타원형의 눈에 새로 그려 넣은 눈동자가 생경스럽지만 금빛이 도는 다른 부처와 달리 이 비로자나불의 색깔은 밤빛에 가깝다. 얼마 전 나들이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일행 중 한명이 특이한 부처가 있다고 가보자고 해서 간 곳, 청주 동화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광배를 잃어버려 색깔부터가 다른데다 머리까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사연이 많은 듯 무언가 내게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불행도 행복도 모두 나로 인해 만들어진다지만 내 마음이 괴로워서 마음고생 중이었다. 동화사 비로자나불이 내게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사실은 내가 더 할 말이 많아 다시 찾아와 불상 앞에 섰다. 비로자나불은 태양의 빛처럼 불교의 진리가 우주 가득히 비추이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라는 의미다. 불교에서는 최고신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

두 손을 모으고 절을 올린다. 머리를 숙이는 것은 나에게 가장 귀중한 머리를 남의 발보다 낮춤으로써 상대를 받들고 배우겠다는 뜻이란다. 특이한 것은 비로자나불 옆면으로 '소원 비는 돌'의 유래가 적혀있다. 연화대에 놓여있는 돌은 과거 지나가는 불자님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도 후 손으로 쓰다듬어서 거칠 감을 느끼면 소원을 들어주고 부드러움을 느끼면 소원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나도 슬쩍 돌을 쓰다듬어 보았는데 거칠었다.

비로자나불의 불두를 다시 바라본다. 부러져있던 목을 잘못 복원하였다고 하는데 왜 목이 부러졌을까. '전통사찰정보'에 따르면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때, 왜군의 한 왜장이 청주지역을 지나다가 멀리 동화산 지역에서 황금빛이 비치는 것을 보고 분명 보물이 묻혀있을 것으로 확신해 부하들을 데리고 이곳 동화산으로 왔단다.

왜장은 도착하자마자 황급히 금빛이 나는 법당 문을 열었는데 화려한 빛을 내던 불상에서 빛이 사라지고 불상의 얼굴이 서서히 돌아가 왜장을 외면하였다고 한다. 화가 난 왜장은 칼을 들어 불상의 목을 내리쳤고, 그 불상의 목이 떨어지며 왜장의 발목을 내리찍었다. 이후 떨어진 머리를 다시 올려붙였으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현재와 같이 되었다고 한다. 비뚤어진 마음이 자애로운 불상을 틀어지게 한 모양이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 앞에 불완전한 삼층석탑이 놓여있다. 전체적인 양식수법으로 보아 고려초기의 석탑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다. 오래된 탑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다.

절 앞에는 개울이 있다. 개울 건너편으로는 석조 석가모니불을 봉안하고 좌우로 수십기의 관세음보살 입상을 봉안하였다. 병풍처럼 펼쳐져있는 암벽과 초록의 나무들이 절묘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돌다리를 건너다보면 거북모양의 큰 바위가 물살을 지켜보고 산신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은 108개다. 불심을 쌓듯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며 절을 했다. 내려올 때는 무거웠던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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