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수수료 떼면 최저임금

26일 오전 5시, 장맛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를 찾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하루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신동빈
26일 오전 5시, 장맛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를 찾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하루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새벽부터 건설현장으로 일을 나서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한숨이 늘고있다. 고강도의 노동력이 요구되는 만큼 시간당 1만원이 넘는 금액을 받지만 일이 일정치 않고 상여금이나 퇴직금을 받을 수 없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것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건설현장으로 투입되는 일용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8시간 근무 기준 남자 13만원, 여자 10만원 선이다. 건설 일용직의 경우 노동의 강도 등으로 인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때문에 일용직 근로자는 시간당 최저 임금보다 2배 가량 많은 금액을 받는다. 하지만 일용직 근로자는 매일 다른 산업 현장으로 투입되며 개인이 운영하는 인력업체를 통해 일을 나갈 경우 약 2만원의 소개 수수료를 떼고 임금이 지급된다. 때문에 이를 모두 고려해 따져본다면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과 비슷하거나 몇천원 더 많은 액수를 받는 셈이다.

그럼에도 일자리난이 계속됨에 따라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는 일용직 근로자의 수는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근로자 취업지원 충북청주센터를 통해 건설현장으로 투입되는 일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 2016년 1만357명, 2017년 1만1천847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현재까지만 해도 건설 일용직은 5천897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퇴직 후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는 김모(69)씨는 "일당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돈이지만 불가피하게 일을 쉬는 날도 많아 월수입을 계산할 때는 이를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산업현장에서 뽑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어 늘 걱정"이라고 전했다.

취업이 되지 않아 건설 일용직을 하고 있다는 유모(31)씨는 "건설 일용직은 때양볕에서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일"이라며 "일당만 보면 높은편이지만 무료소개소가 아닌 사설 소개소를 통하면 2~3만원의 수수료를 떼가 실수령액은 더 적다"고 토로했다.
 

26일 오전 5시, 장맛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를 찾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하루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신동빈
26일 오전 5시, 장맛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를 찾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하루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신동빈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 뿐만 아니라 소규모 식당 등에서 일하는 임시 근로자들 역시 힘든건 매한가지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일부 영세 업주들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일용직의 근로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종사자가 5~9명인 소규모 음식점과 주점 등에서의 일용직 근로자가 올해 3월 받은 시급은 평균 7천840원으로 지난해 3월(7천221원)보다 619원(8.6%) 올랐다. 지난해 6천470원이었던 최저시급이 올해 7천530원으로 오른 영향이다.

하지만 임시 근로자들이 받은 월급의 평균은 같은 기간 86만 7천265원에서 81만 6천183원으로 5만 1천82원(5.9%) 줄었다. 이는 지난 2015년 기준 2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05만 1천48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4월 평균 월급이 91만 4천858원으로 지난 2016년 4월(90만 388원)과 비교해 1만 4천470원(1.6%) 오른 뒤 11개월째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영세 업주들은 대폭 오른 최저임금으로 손님이 몰리는 주말이나 저녁시간 등에만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소규모 식당과 주점 등에서 일용직 근로자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3월 기준 120.1시간에서 올해 3월 104.1시간으로 16시간(13.3%) 줄었다.

국수집을 운영하는 윤모(53·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씨는 "점심과 저녁시간 등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만 파트타임으로 일용직을 부른다"며 "이외의 시간에는 다소 손이가는 일이 생겨도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가족들끼리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에 일을 나간다는 최모(42·여·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씨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일해 2만3천400원을 번다"며 "풀타임으로 일하고 싶은 욕심은 들지만 요즘엔 그런 식당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에서 노느니 몇푼이라도 벌자'는 마음에 나왔지만 쌓이는 돈은 별로 없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