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처럼 보이는 '독일 라인강'의 반전
디지털보정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역설 드러내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2' 1999.

자,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자? 원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들 말이다. 필자는 '류병학의 사진학교' 첫 번째 연재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평범한 라인강의 풍경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2'와 동굴로 들어오는 빛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 피터 릭의 '유령'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이 된 것일까? 왜 그 사진 작품들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으로 간주된 것일까?"

당 필자, 그 점을 밝히기 위해 지난 작년 10월부터 매주 연재를 통해 단편적이나마 '류병학표' 사진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필자는 사진의 역사를 아날로그 사진과 디지털 사진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디지털 사진의 특징들 중의 하나로 '조작(manipulation)'에 주목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2'와 피터 릭의 '유령' 또한 디지털 '조작' 없이는 불가능한 작품이다.

자, 우선 구체적인 사례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2'를 보도록 하겠다. 그것은 독일 뒤셀도르프 외각의 라인강을 찍은 풍경사진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라인강으로 구성된 거대한 크기(2x3.5m)의 파노라마 컬러사진이다. 언듯 보기에 평범한 풍경사진처럼 보이는데, 이 사진이 지난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430만 달러(약 48억 4천만원)로 낙찰되어 '(경매)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이 되었다.

만약 당신이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2' 앞에 선다면 사진에 압도당하게 될 것이다. 머시라? 사진작품의 스케일(2x3.5m) 때문이 아니냐고요? 물론 그의 사진은 대부분 3미터가 넘는 대형사진이다. 하지만 당신이 사진을 보고 압도당하는 것은 단지 사진의 스케일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그 점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거스키의 '라인강2'가 어떻게 제작된 것인지를 알아보아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지나가면서 중얼거렸듯이 독일 뒤셀도르프 외각의 라인강을 촬영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진에는 인공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보이는 그대로의 라인강이 아니라 '조작'을 거친 라인강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당시 거스키가 촬영한 원래 사진에는 공장 같은 건물들과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디지털편집으로 삭제했다고 한다. 와이? 거스키는 '작가 노트'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는 라인강의 어떤 장소가 날 매료시켰고, 1년 6개월의 고민 끝에 사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리가 작품을 통해서 한 건물이나 한 장소에 살고 있다고 이해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우주 속에서 가공할 속도로 움직이는 한 행성에 살고 있음을 인지하게 만들고 싶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알쏭달쏭하다고요?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라인강에 있던 인공물을 모조리 제거해 놓았다. 와이? 인공물이 제거된 라인강은 자연으로 남는다. 이를테면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마치 '처녀 강'처럼 자연의 라인강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이다. 덧붙여 그는 원래 촬영한 라인강을 거리와 관계없이 디지털보정을 통해 모두 초점을 맞추어놓았다. 따라서 당신이 사진 앞에 서면 마치 강물이 거꾸로 넘어져 당신 앞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현실의 인공적 부분을 삭제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역설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현실에 가공(조작)이 더해져 현실감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말이다. 그리고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은 2차원적 평면에 인화된 사진이라는 '평면성'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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