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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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사랑이나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단어에 폭력이 붙어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정폭력,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가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된 범죄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많은 희생자를 겪고, 수많은 교육을 통해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듯하나, 데이트폭력은 여전히 범죄라는 인식이 명확히 자리잡지 못한 듯해 안타깝다. 막 사랑에 빠진 연인들 사이에는 그 어떤 비밀도 없다. 가족, 친구, 직장, 재산상태 등등 자신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던 사이이다.

누가 먼저 사랑에 빠졌는지는 사랑에 빠져 있는 연인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을만큼 거의 동시에 연인관계가 시작된다. 이별도 시작할 때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깔끔한 이별에 이르면 좋으련만, 이별은 늘 한 쪽이 어떤 의미에서든 다친다. 예전에는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으면, 이별을 원치 않은 당사자의 마음에 다소간 상처를 입긴 하겠지만 외관상 드러나는 상처는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별을 통보받은 쪽이 자신의 마음을 다치는 쪽을 선택하기보다는 이별을 통보하는 쪽을 공격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연인관계를 유지하던 중에 얻었던 각종 정보를 이용해서 직장에 찾아가서 연인사이에 있었던 은밀한 사생활을 폭로해서 망신을 주겠다는 협박은 오히려 경미한 수준이고, 연인관계를 유지하던 중에 촬영했던 각종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기도 하고, 폭행, 강금, 강간 등 수많은 범죄가 일어난다.

필자는 헤어졌다고는 하나 한때 사랑을 나누던 사이가 이렇게까지 바뀔수 있는가 의아했으나, 많은 데이트폭력 가해자를 만나본 이후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연인 사이에 다소 비싼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급한 돈을 잠시 빌려달라는 것은 어찌보면 연애사에 불과한 일이지만, 헤어짐을 목전에 두고 금전이나 비싼 물건을 요구하는 것은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또 연인들 사이의 사랑의 표현으로 이루어지던 신체적 접촉이 헤어짐이 전제된 시점에서는 강제추행, 강간 등의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역시 못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시점에 헤어짐을 겪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그리고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았을 때 데이트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이라도 상대방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금전적인 피해를 변제한 후 헤어짐을 받아들이기를 바래본다.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것은 가장 먼저 상대방이 원치 않은 연락을 하지 않아야 한다. 누가 그런 기본적인 것을 모르겠나 싶겠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루에 수 십번씩 통화하던 연인사이였다고 하더라도 헤어짐 이후에 불필요한 전화, 방문 등은 단순히 무례를 뛰어넘어 지나칠 경우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 중부매일 DB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 중부매일 DB

누구에게나 원하지 않는 이별은 아프다. 그러나 내가 아프지 않기 위해서 남을 아프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원하는 시점에 사랑이 시작되고, 내가 원하는 시점에 이별이 이루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내가 원하지 않은 시점의 이별은 행복했던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비용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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