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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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아침뜨락 이진순] 뻐꾸기가 앞마당 헛깨나무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른 아침마다 느끼는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뒷동산에 까투리가 '꿩꿩'짖고 멀리서 들려오는 산비둘기의 '구구구' 소리 깊어 가는데  여기저기서 폭염 주위보를 알리는 문자와 방송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의 기승에도 넝쿨손을 휘저으며 기어오르는 동부와 오이넝쿨은 자기 사명을 다하기에 여념이 없고,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와 자주빛의 가지가 싱싱하기만 나의 텃밭에는 사랑스러운 식물들이 익어가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해마다 소낙비 속에 서있던 연분홍 상사화는 꽃단장을 하고 담밑에 활짝 피어 웃음을 날리고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무궁화 꽃은 그저 피고지고를 있을 뿐이다. 

그중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나만 "아유 더워" 못 살겠다는 소릴 연신 하고 지내고 있다. 아무리 더워도 자기 사명을 다하고 있는 식물과 곤충 아름다운 새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더없이 행복다는 생각에 머무는 순간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비록 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샤워를 하고 흐르는 땀을 닦드라도 덥다는 소리는 그만 하리라, 명색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인데 뙤약볕에 의연하게 서있는 식물들의 타들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며 안타까웠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분임을 망각 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의연하게 현실로 받아 드려야 하지 않을까.

우렁차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구애하는 사랑노래를 들으며 오후가 되면 흡혈기 마냥 대어드는 모기떼들과 싸우며 살아남기 위해선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법이 우리들에겐 얼마든지 있지 아니한가. 에어콘 속에서 열기를 식히고 온몸에 모기약을 바르고 전자파 모기채를 휘두르면서 대열 속에 끼어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있어서 매일 같이 먹는 먹거리가 조달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두가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다. 수없이 먹고 버리는 쓰레기를 매일같이 치워 주는 환경 미화원을 떠올려 보면 창밖에 미세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아름답게 느껴 질 일이다. 

한번 쯤 지금 난 잘 지내고 있는가. 내 아내가 내 남편이 내 아이들만 생각 할 것이 아니라 경로당에 모여계시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 해보며 주변을 살펴 보다 보면 요까짓 더위의 기승은 말복을 지나 칠석을 보내고 처서가 가까워 오니 한풀 꺽길 것이 틀림없다. 가물어야 잘되는 참깨 밭에 참깨단이 서로 마주서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고 호박잎과 향긋한 들께잎이 축 늘어진 모습으로 흐느젹 거리며 인내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앗싸" 매미 소리 우렁차고 고추 된장 잠자리는 사쁜한 몸짓으로 강강 수월래를 하다보면 해가 저물어 까치내 뜰 서산은 성난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드려 온다. 온종일 찌들어 땀에 젖은 농부들은 흙 묻은 손 탁탁 털며 해지는 모습에 기진맥진 하건만 숲속 둥지 찾은 소쩍새가 농부의 하소연을 대신하고 있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내가 사는 마을 강서 2동 까치내 사람들은 하루를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주변의 환경은 신도시로 변하고 있어 설레임 속의 희망을 꿈꾸는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다. 신도시가 형성되는 풍경에 땅 일구며 평생 살아온 농부들이 일손을 놓고 경로당에 모여 있다. 평생 일만 하던 분들이다 보니 노는 일에 익숙치 못한 분들이다. 작은 공간 경로당에 에어콘 바람을 쐬며 신선이 된 기분이라는 때 묻지 않은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낀다. 절기를 알리는 귀뚜리와 풀벌래 소리들으니 조금만 더 견디면 시원한 가을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느껴진다. 더우시면 문암 생태 공원으로 밤 소풍을 나오세요, 들리시나요. 저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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