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세종문화회관. / 클립아트코리아
세종문화회관. / 클립아트코리아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무용단의 한국 창작춤을 바탕으로 한 '무아지경 러브홀릭'(loveholc) 음악회를 갔다. 이 음악회는 서울시무용단의 춤과 음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창작무용극 '신시(神市)' 3가지 작품의 사랑이야기를 무용극으로 보여주었다. 첫 번째 공연 '백조의 호수'는 베기체프가 쓴 발레 대본 백조의 호수에,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발레로 지그프리드 왕자와 오데트 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 백조의 호수는 한국적인 스토리를 가미한 창작무용극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가미한 부연국 지규 왕자와 비룡국 설고니 공주의 사랑이야기로 이끌어 나간다.

한국적인 백조의 호수에는 전자음악과 국악기가 어우러져 차이콥스키 음악을 배경으로 한국 전통 무용과 몸짓 등 다양한 개성으로 펼쳐냈다. 그리고 설고니 역에 이진영, 거문조 박수정, 지규왕자 최태헌, 노두발수 조황경 등이 열연을 했다. 서울시무용단은 백조의 호수를 한국 춤사위로 재해석했다. 두 번째 공연 '신시(神市)' 는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춤극으로 웅족, 천족, 호족이 갈등과 전쟁 끝에 상생을 이루고 평화로운 나라를 건설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전체를 활용하는 축제 장면, 전쟁을 표현한 역동적인 군무, 농염한 사랑무 등을 보여주었다.

신시 공연은 한국 무용분야의 최고 발레리나, 발레리노 등을 캐스팅해 웅녀 역에는 서울시무용단 솔리스트 김경애, 환웅 역에는 서울시무용단의 스타무용수 신동엽이 출연했다. 정상급 무용수들이 자존심을 걸고 자웅을 겨루어 나들이하기에 좋은 가을 밤 관객들이 즐거움을 마음껏 느꼈다. 마지막 공연,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울시무용단이 서양 고전을 한국적으로 표현하려고 모방성과 창작성을 택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그대로 쓰되 한국의 색과 선을 담은 의상으로 고전과 현대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양식을 보여주었다.

로미오과 줄리엣 역은 서울시무용단의 최태헌과 타고난 춤꾼이자 서울시무용단의 간판스타인 박수정이 맡았다. 그리고 파리스 백작 역은 신동엽이 제사장은 이해선이 열연을 했다. 이 작품은 무용이 낯설고 어렵다는 편견을 확 날려주었고,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멋진 무용으로 풀어냈다. 서울시무용단은 8년 전 고전발레의 대명사인 백조의 호수를 한국적 창작무용극으로 제작하였고, 3년 전에는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춤극 신시로 스펙터클하면서도 웅장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 기세를 몰아 작년에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적 춤사위로, 웅장하고 스케일 큰 대형 창작무용극으로 제작하여 호평을 받았고 이번에 다시 보여주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서울시무용단은 한국 창작춤의 역사를 쓰는 우리나라 무용 세계의 지주이며, 무용 예술세계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모범 단체이다. 그동안 84년 LA 올림픽 폐막식과 90년 북경 아시안 게임 예술축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우리 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국제문화교류에 이바지 했다. 앞으로 서울시무용단이 꿈과 희망을 지향하는 무용단으로서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좋은 예술 활동으로 세계적인 단체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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