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중남미문화원 홈페이지 갈무리.
중남미문화원 홈페이지 갈무리.

문인협회에서 가는 여행은 주로 문학관이나 산사였다. 그런데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문화원으로 간다고 했을 때 좀 생소했다. 주택가 골목을 지나 문화원에 들어서면 창을 들고 애마 로시반테를 탄 돈키호테 동상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돈키호테를 보는 순간, 문화원은 생소함 대신 친근함으로 다가선다. 붉은 벽돌의 박물관과 미술관 건물이 있고 눈을 돌려 곳곳에 있는 야외 조각상을 보면 가운데 몸이 둥그런 여인상이 낯선 문명지에 온 것이 실감난다.

전시물을 보다보면 중남미 분위기를 더 느낄 수 있다. 각국의 가면, 토기, 목기, 민속공예품 등 수백 점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중남미 지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청소년들에게는 세계화 사회교육의 일환으로 꿈과 이상과 건전한 세계관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로 건립했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중남미의 대표적 문화인 마야, 아즈텍, 잉카 유물 등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고, 미술관에는 중남미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그림과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조각공원을 비롯한 야외에도 12개국 조각가들의 작품이 산책로, 휴식공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예술품을 통한 중남미 문화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전시실을 둘러보는 중에 홍갑표 이사장이 오셨다. 중남미 지역 4개국 공관장을 지내며 30여 년간 외교생활을 했던 남편 이복형대사와 40여년에 걸려 수집한 중남미 고대 유물부터 식민기, 근·현대 미술 조각 작품이 비싼 값을 치르고 산 건 아니라고 한다. 벼룩시장에서 찾아냈단다. 보물을 보는 혜안이 있었음이다. 이곳도 노후에 닭이나 기르려고 땅을 샀다가 박물관을 세우려고 했을 때, 누구나 반대 했다고 한다.

조각물은 물론 건물 짓는 기둥까지 다 가져와서 지었다고 하니 그간의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벽돌 한장, 꽃 한 송이, 풀 한포기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나이 먹어서 이렇게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참 잘 했다고 생각한단다. 젊게 사시는 비결을 묻자, 항상 감사하며 살면 젊다고 대답하신다. '문화는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다'고 말씀하시는 홍이사장의 말에 힘이 있다. 85세의 나이에도 열정이 넘쳐나고 활기가 느껴진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멕시코부터 페루까지 중남미 어느 곳이든 여행을 간다고 하면 비행기만으로도 30시간을 넘게 타고 가야 만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이국적인 분위기에 심취하며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 유물을 이렇게 전시하지 않고 개인이 보관하고 있었다면 이런 중남미 문화를 누구나 즐길 수 있었을까? 문화원의 건물과 전시물, 공간의 배치 등을 보며 개인의 힘으로 일궈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땀과 열정과 혼을 담아 세운 중남미문화원을 사회에 내 놓았으니 참 존경스럽다.

붉은 벽돌의 건물, 태양의 돌, 여러 문명들의 전시물, 다양하고 독특한 가면, 마야벽화의 기하학적 무늬에 빠져들다 보면 중남미 문화에 한발 다가선 느낌이다. 고대의 마야문명으로부터 오늘의 중남미 문화에 이르기까지 시 공간을 뛰어 넘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문화는 나눔'이라는 홍갑표 이사장 부부의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곳, 중남미문화원. 오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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