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클라우드. / 클립아트코리아
클라우드. / 클립아트코리아

집으로 소포 하나가 배달이 되어 왔다. 처음 참여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구입한 책이었다. 일곱 명의 화상 경험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란 서명의 책이다. 책을 받아든 순간 어느 때 보다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서명이 우리가 화상경험자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권유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으면서 중학교 시절 얼굴에 화상 상처가 있었던 친구가 떠올랐다. 내색하지 않고 그 친구를 대했지만, 어린 시절이라 깊이 있게 바라봤던 것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화상경험자를 이해하는 부분이 생길 것 같아 책이 빨리 오길 기다렸다.

또 하나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참여를 통해서 얻게 된 책이라 기대감이 컸다. 근래에 SNS를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나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말로 개인이나 기업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참여한 출판사의 크라우드 펀딩은 책의 출간일에 맞춰 대중의 후원으로 책을 선주문 받고, 목표금액이 달성되면 책과 엽서 선물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총 195명이 후원했다. 펀딩의 성공여부에 따라 책 배송이 결정이 나기 때문에 후원자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응원하며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책은 강원도 바닷가 마을 출판사에서 만들었고, 아마도 출판사는 독립출판사이거나 소규모 출판사일 것이다. 출판사에서는 책이 잘 도착했는지 안부문자와 함께 배송작업 사진을 보내주기도 해서 어떤 과정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눈에 보이니 소소한 재미가 느껴졌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출판사의 사례처럼 크라우드 펀딩은 좋은 기획과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다면,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불가능했던 지원을 대중들과 소통을 통해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의 의도나 의미전달을 통해 소통을 하고, 서로 잘 알지 못해도 연대가 가능하다. 후원자는 투자자이기도 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적극 홍보하기도 하다. 하나의 창작물에 대한 지원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를 주목하게 만드는 힘,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계에 있다. 조정래 감독이 기획한지 14년 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영화 '귀향'이다. 제작비를 후원한 7만5천270명의 후원자들이 11억 6천122만원을 모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다룬 귀향의 영화개봉을 원했다. 엔딩 크레딧에 영화 후원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어떤 마음으로 개개인이 후원했을지 짐작이 간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크라우드 펀딩은 참여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물품, 영화, 공연, 출판, 기부 뿐 아니라 관광, 농업까지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문화로 자리매김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창작자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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