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나 고양이처럼 / 공광규

시골 마당가 숲에서 튀어나온
송장메뚜기를 가지고 노는 강아지처럼

여름날 창문으로 날아든
매미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처럼

당신은 내 마음을 가지고 놀아요
내가 얼마나 아픈지 헤아리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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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강아지는 메뚜기를 가지고 논다. 고양이는 매미를 가지고 논다. 그런데 인간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강력하게 지배한다. 이 시는 간단한 것 같지만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당신'은 신神일 수도 있고 나를 애태우는 이성일 수도 있는데, "내가 얼마나 아픈지 헤아리지도 않"는 것을 보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성일 확률이 크다. 따라서 이 시를 읽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매미의 날개를 하나씩 떼거나, 메뚜기의 팔다리를 하나하나 부러뜨린 기억이 있는 사람들처럼.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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