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태국의 옛 이름, 싸얌(siam)을 만나러 간다.

설 연휴를 맞이하여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는 방콕 돈무앙 공항에 우리 가족을 내려놓았다.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역시 동남아를 실감나게 했다. 곧바로 방콕의 랜드마크인 아시아티크로 향했다. 강변에 형성된 대규모 야시장에는 시내야경을 보기위한 관람차가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야시장에는 공산품과 수공예품 외에 다양한 먹거리가 많았다. 인파들로 가득한 상점을 지나 강변에 서니 밤바람이 상쾌했다.

다음 날, 왓포 사원으로 향했다. 왓은 절이란 뜻이고, 포는 나무이름이다. 왓포의 가장 큰 볼거리는 거대한 금박의 와불상이다. 1832년 라마 3세의 명으로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기 직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발바닥에는 정교한 자개장식으로 108번뇌와 삼라만상이 담겨있다. 뒤편 통로에는 소원을 빌며 동전을 넣는 작은 솥단지가 60여개가 줄지어 놓여있었다. 10바트씩 넣어가며 이번 여행의 안전과 가족의 안녕을 염원했다.

밤이 되자 알카쟈 쇼를 보기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맨 앞줄 앉았다. 무희들의 화려한 의상과 춤은 음악과 함께 성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했다. 희고 고운 피부, 아름다운 각선미, 시선이 자꾸만 아래로 향했지만 그들은 틀림없는 남자였다. 버라이어티한 40년 역사의 세계 3대 트렌스젠더 쇼를 보며 가장 화려한 얼굴로 가장 고독한 춤을 추는 무희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들의 몸짓에서 나의 고정관념이 일거에 허물어졌다. 모든 염색체는 맨 처음 모두 여자의 염색체 XX로 태어나 생후 12~14주 사이에 성 염색체가 변하여 남자가 된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X 염색체가 2개인 여자가, 하나인 남자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성 염색체가 변하여 남자로 되는 것은 밝혀졌는데, 왜 변하는지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저들은 생각과 마음은 여자인데 태어나보니 남자로 되어있는 것이다. 트렌스젠더는 누구의 탓도 아니다. 또 비난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오기 전에는 성이란 흑백과 같아야 한다고 믿었다. 흑색과 백색 사이에 여러 명암의 회색들이 존재 한다는 것을 부정했다. 다른 색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다른 색은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사회가 만든 보편적인 삶에 물들어 있던 내가 지금 나의 관념을 대수술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일반적인 생각을 바꿀 수도 있었던 것은 저들의 감추지 않는 솔직함과 절실한 삶을 확인 한 후였다. 성전환을 허용하는 사회, 후두융기조차도 흔적 없이 없애는 세계최고의 성전환 수술 의료진, 알카쟈 쇼를 보며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싸얌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파타야로 향했다. 고급호텔과 방갈로, 레스토랑, 밤에는 화려한 불빛, 낮에는 하늘을 누비는 파라슈트와 윈드서핑을 상상하며 버스에 올랐다. 우리는 작은 배를 타고 코삭 섬으로 향했다. 선상에서 물고기도 낚았다. 스노클링 지점에서는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선착장에 도착한 뒤 해안에서 못 다한 해수욕으로 대신했다.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과 악어 쇼를 보고 호랑이 옆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낭만보다는 체험이 많았던 파타야였다, 마지막 밤은 한방 스파로 여행의 피로를 씻을 수 있었다. 훗날, 축복 같은 시간을 그리워하고 돌아볼 추억이 많은 싸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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