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플랫폼 - 계산동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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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매일
  • 승인 2019.02.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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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동 성당 / 황유원

요즘엔 침묵만 기르다 보니
걸음까지 무거워졌지 뭡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지날 때마다 거기 벽돌이 놓여
뭐가 지어지고 있긴 한데
돌아보면 그게 다 침묵인지라
아무 대답도 듣진 못하겠지요

계산 성당이 따뜻해 보인다곤 해도
들어가 기도하다 잠들면
추워서 금방 깨게 되지 않던가요
단풍 예쁘게 든 색이라지만
손으로 만져도 바스라지진 않더군요
여린 기도로 벽돌을 깨뜨릴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옛 사제관 모형은 문이 죄다 굳게 닫혀 있고
모형 사제관 안에 들어가 문 다 닫아버리고
닫는 김에 말문까지 닫아버리고 이제 그만
침묵이나 됐음 하는 사람이 드리는 기도의 무게는
차라리 모르시는 게 낫겠지요

너무 새겨듣진 마세요
요즘엔 침묵만 기르다 보니
다들 입만 열면 헛소리라 하더군요
그러니 한겨울에도 예쁘게 단풍 든 성당은
편안히 미술관에서나 감상하시는 편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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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계산동 성당은 인천에도 있고 대구에도 있다. 계산동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성당에서의 마음가짐인데, 시인은 어떤 가식을(시적 주체인지, 타인인지 모를) 시니컬하게 기술하고 있다. 벽돌, 침묵, 모형, 헛소리. 등의 단어가 등장하는 걸 보니 그러하다. 그러니 가짜들이여 "한겨울에도 예쁘게 단풍 든 성당은/ 편안히 미술관에서나 감상"하시라. 그러나 어떤 기도는 어느 일요일에는 "벽돌을 깨뜨"리지 않겠나? 이 시가 그러한 기도의 일종이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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